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국내 주요 대형마트에는 ‘진열의 법칙’이 따로 있다.
우선 새로운 제철 과일을 손님들이 들어오는 매장 초입에 잘 보이게 둔다. 수박, 포도, 딸기 등 계절마다 바뀌는 과일이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 해 새로운 상품을 사려는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텅 빈 매대에 물건을 배열할 때도 새 상품은 왼쪽에, 기존 상품은 오른쪽으로 밀어놓는다. 이는 신문·책읽기처럼 우리 눈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 이동이 자연스러워, 왼쪽의 새 상품이 먼저 팔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고객의 동선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유도한 경우는, 먼저 보이는 오른쪽에 새 상품이나 주력 상품을 두는 경우가 많다.
만두·피자·아이스크림 등은 쇼핑이 거의 끝나갈 즈음 볼 수 있도록 냉동실 배열에 둔다. 장을 보는 중에 혹여 녹아버릴까 우려돼 구매를 꺼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매장별 최대 7만여 개에 이르는 상품을 소비자 구미에 딱 맞게 진열하는 것은 매출과 직결되기에 납품업체별 자리싸움도 치열하다.
이로 인해 대형마트사가 상품 진열대 변경에 필요한 인테리어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것은 ‘대표 갑질’로 분류돼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대형마트에서 최고 ‘명당자리’는 어디일까. 각 진열 코너의 양쪽 끝에 돌출돼 주동선과 맞닿아 있어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인 ‘엔드캡(End-Cap)’이다. 같은 상품을 일반 진열대와 엔드캡에 각각 진열한 것을 비교해보면, 엔드캡 매출이 최대 4배까지 높아진다고 한다.
때문에 엔드캡에는 여러 제품 대신 한두 종류만 진열해 풍성해보이도록 80~90㎝ 높이로 진열해 주목도를 높인다. 대형마트에서 시음이나 시식 행사가 이뤄지는 곳도 엔드캡으로 고객이 물건을 사도록 최대한 유도한다.
이처럼 진열은 곧 매출로 직결되기에 대다수 대형마트에서는 진열·판매기법 개발에 전력을 집중한다. 국내 1위 이마트의 경우, 40여명의 전문인력으로 꾸려진 전담부서인 MSV(Merchandising Supervisor)도 두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