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철강, 알루미늄 등에 이어 수입산 태양열 전지판(태양전지)에 대해서도 무역 불균형을 이유로 추가 관세 부과 등 수입 제한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중국 등 주요 태양전지 수출국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수입산 태양전지가 미국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 것으로 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ITC가 무역법 201조에 의거, 오는 11월 13일까지 대통령에게 권고안을 제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권한에 따라 관세 인상, 수입량 제한 등을 결정할 수 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국정 주요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ITC의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태양광 제조업이 미국의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번영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최대 이익을 반영해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취임 이후 줄곧 미국 제조업 부활을 목표로 주요 산업에 철퇴를 가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에너지 분야를 손볼 것이라는 예측은 지난 4월부터 나왔다. 앞서 지난 7월에는 안보 위협을 이유로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의 무역 불균형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LA 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 설치돼 있는 전체 태양전지 가운데 90% 이상이 수입산 패널을 사용하고 있다.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면 한국과 중국·멕시코 등 주요 수출국들의 타격이 우려된다. 특히 멕시코는 현재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진행중인 상황에서 미국의 입장이 나온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캐나다산 수입품은 제한 범위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미국 정부가 세이프가드를 적용한다면 2002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 발동되는 것이다.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한국산 철강 등 수입 철강 제품에 최대 30%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당시 조치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되는 등 국제적인 비난을 샀다.
다만 그동안 제한 조치해왔던 다른 분야와 달리 태양광 산업의 경우 미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환경 정책에 외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1년 이후 미국 내 태양광 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한 것도 비교적 저렴한 태양 전지 수입을 발판으로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배경이다.
미국 태양에너지산업협회는 "미국 태양광 업계가 평균 290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관세로 인한 태양전지 수입 제한이 이뤄진다면 자체 개발 비용이 추가돼 외려 미국 산업에 타격이 될 수 있다"며 "캘리포니아주만 해도 약 1만6000개, 미국 전역에서는 최대 8만 8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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