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백승호 제외 ‘왜’…‘곰 같은 여우’ 택한 신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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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17-09-2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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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앞)와 백승호는 한국 축구의 미래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신태용호 2기에 이승우(19·헬라스 베로나)와 백승호(20·페랄라다)의 이름은 없었다. 신태용(47) 감독은 곰같은 여우와 같은 선택을 했다.

지난 5월에 안방에서 열린 FIFA(국제축구연맹) U-20(20세 이하) 월드컵 코리아 2017에서 한국 선수들의 가장 큰 단점은 소속 팀에서 주전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세계 무대에서 경험의 차이는 컸다. 한국은 FC 포르투, 벤피카 등의 팀에서 1,2군으로 뛴 선수들이 즐비한 포르투갈에게 16강전에서 패했다. 소중한 교훈이었다.

신태용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은 25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10월 원정을 치를 23명의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신태용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이승우와 백승호가 성인 대표팀에 처음으로 발탁될지 여부가 관심거리였다. 결과적으로 신 감독은 자신이 아끼는 카드를 아꼈다.

신태용 감독은 “소집 명단은 2주 전에 나와야 하는 데 이승우는 그 전까지 경기에 나서지 못해 지켜봐야 했다. 이승우, 백승호, 이진현(오스트리아 빈) 등은 아직 어리다. 새로운 팀에서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세 선수는 U-20 대표팀을 맡으면서 오랫동안 지켜봤다. 정보를 어느 정도 갖고 있다. 지금은 그 동안 내가 쓰지 못한 선수를 봐야 할 때다. 3명은 장래성이 있어 코치들이 체크하고 있다. 언제든지 뽑아 올릴 생각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승우와 백승호를 이번 대표팀에 선발하지 않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신 감독의 말대로 현재 세 선수에게 필요한 것은 대표팀이 아닌 소속팀에서의 주전 경쟁이다. 유스팀과 성인 프로팀은 기량적으로 봤을 때 차이가 있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어느 정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지도자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묵묵히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지켜 봐야 한다.

‘그라운드의 여우’로 불린 신태용 감독은 급격한 변화가 아닌 이승우와 백승호 성장하는 것을 천천히 기다리는 ‘곰’같은 선택을 했다. 거센 비난 여론을 받아야 했지만, 뚝심있게 곰같이 자신의 축구 철학을 이어가고 있다.

이승우는 FC 바르셀로나 유스팀을 떠나 지난 8월31일 세리아 A 베로나와 4년 계약에 합의했다. 이승우는 지난 24일 이탈리아 스타디오 마르칸토니오 벤테고디에서 열린 라치오와 2017-18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6라운드 경기에 교체 출전해 성인 1군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2무4패(1득점 14실점)으로 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에 베로나 입장에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팀의 위기가 이승우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 8월 바르셀로나 유스팀을 떠나 스페인 프로축구 지로나FC에 둥지를 튼 백승호 역시 적응에 분주하다. 최근 2군 팀인 페랄라다에서 선발 선수로 4경기 연속 출전하며 적응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2017 U-20 월드컵에서 백승호는 체력적인 부분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며 후반전에 교체됐다. 아무리 체력 훈련을 많이 해도 경기 출전을 통해 얻는 ‘경기 체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잠재력이 큰 두 선수에게 현재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를 신태용 감독은 잘 알고 있다.

두 선수를 발탁하지 않음에 따라 선택의 폭은 더욱 넓어졌다. 지난 7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은 첫 번째 소집에 부르지 않은 이청용(29·크리스털 팰리스)과 지동원(25·아우크스부르크) 등을 대표팀에 발탁했다. 황희찬(21·잘츠부르크)이 부상으로 제외된 상황에서 다양한 공격적인 선수들을 실험해야 한다. 신태용 감독이 추구하는 공격 축구를 위해서 꼭 필요한 선수들이다. 여기에 이승호, 백승호가 더해진다면, 대표팀은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에도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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