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난 2015년부터 국유기업 개혁의 일환으로 해운·조선업 분야에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해왔다. 이는 글로벌 해운·조선업 불경기 속에서 자국기업의 덩치를 키워 생산력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중국 양대 조선공룡인 중선집단과 중선중공의 합병설 역시 이러한 차원에서 힘을 얻고 있다. 중국 국금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는 조선·해운업 분야에서 대대적인 통폐합이 이뤄질 것"이라며, 특히 중선집단과 중선중공의 합병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중국 국무원이 직속 관할하는 중앙국유기업인 중선집단과 중선중공은 각각 산하에 수십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 중 건조·수리개조·해양플랜트 등 방면에서 중복되는 사업이 많다. 국유기업 간 중복되는 사업을 적절히 통합해 더 큰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자국기업 간의 중복 투자나 해외 시장에서의 불필요한 경쟁을 없앨 수 있다는 게 중국 정부의 판단이다.
중국 조선업계도 수년간 이어진 글로벌 해운·조선업 불경기 속에서 수주 급감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중국선박공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 1~7월 중국의 조선 완공량은 2978만 중량톤(DWT)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1% 늘었다. 반면 신규 조선 수주량은 1324만 DWT로 전년 동기 대비 25.1% 줄었다.
수주잔량도 8028만 DWT로 전년 동기 대비 31.5%, 2016년 말과 비교해서는 19.4% 감소했다. 이로써 중국 조선업계에는 신규 수주량이 완공량보다 적은 상황이 1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는 그대로 조선소의 매출 급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 1~7월 중국 선박업계 주요 80개 기업의 주 사업 분야 매출액이 151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하락했으며, 순익도 28% 감소한 18억 위안에 그쳤다.
장쑤성 양저우다양조선, 타이핑양조선그룹 산하 저장조선 등 지방의 대형 조선사들도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잇달아 파산을 선언했다. 중국경제주간은 지난해 중국 조선소의 59%가 수주 '제로'에 직면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시장이 예상하는 올해 중국 조선업계 전체 신규 수주량은 3000만~4000만t이지만, 현재 업계 건조능력은 이보다 훨씬 많은 2억t에 달하는 상황이라 저가 수주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에 중국 조선업계 선박 과잉공급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줄곧 높았다. 중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이유다.
사실 중국 정부 주도의 해운·조선업계 구조조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16년 5월 중선중공 산하 대형 조선소 6곳을 3곳으로 통합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다. 각 조선소마다 경쟁력 있는 분야를 집중 육성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통합이 추진됐다. 당시 구조조정 규모만 1500억 위안에 달했으며, 이는 국유조선사 구조조정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현지 언론들은 평했다.
중국 해운업계도 중국 최대 국영 해운회사인 중국원양해운집단(COSCO·코스코)을 중심으로 빠르게 구조조정이 단행되고 있다. 코스코는 앞서 7월 세계 7대 해운사인 홍콩 오리엔트오버시즈(OOCL)를 63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로써 코스코는 물동량 기준으로 세계 3위 해운업체로 등극하게 됐다. 코스코는 앞서 2015년에는 정부 주도로 중국해운(CSCL)과도 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일각에서는 합병을 통해 기업의 덩치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부가가치 건조 기술 수준을 높이는 질적 제고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올 초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재정부 등과 '선박업 구조조정 가속화를 통한 업그레이드 액션플랜'을 발표해 향후 5년간 조선·해운업계의 하이테크 혁신 기술력 제고, 산업 구조조정 고도화, 고효율 생산모델 발전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달 중선집단 산하 조선소 2곳은 프랑스 컨테이너선사 CMA CGM이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9척 발주계약을 따내며 조선업계의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기술력을 해외에서도 인정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