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R&D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때
정부나 기업이나 가계나, 모든 경제주체들이 한 해 살림을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따진다. 잘잘못을 평가하는 잣대는 여러 가지가 있고 그 방법 또한 다양하다. 그 가운데 어느 경제주체이든지 가장 중요한 잣대로 이용하고 있는 게 투자 대비 효율성(B/C)이다. 돈을 투입했으면 투입한 만큼 효과를 얻었는지를 지표로 나타내주고 있다.
간접적인 지표인지는 모르겠지만 R&D의 성과지표는 나름대로 나온다. 우리의 실제 GDP 대비 R&D 지출비율은 세계 1위 수준이라고 한다(2015년 기준). GDP 대비 R&D 비중은 4.23%였다. 총량적으로만 본다면 일본(3.59%), 독일(2.9%), 미국(2.74%)등을 앞서는 수준이다. 그런데 사업화 수준은 43위이다. 다른 선진국보다 높지 않은 건 당연하다.
2018년 R&D 예산은 19조6338억원으로 올해보다 소폭 늘었다. 일부 과학기술계에서는 증가폭이 적어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할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한다.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선행돼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R&D 예산의 방향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효율성을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 효율성이란 필요한 분야에 적절한 규모의 예산이 지원돼 사업화하는 데 디딤돌이 되는 기준이다. 그러기 위해선 디테일한 방안까지 심도 있게 분석해 개선해야 한다.
우선 연구평가의 실명제이다. 평가 이후 해당 과제 심사평가위원과 점수를 공개하는 안이다. 학계를 비롯해 각 분야의 명망 있는 평가위원들이 이름을 걸고 평가하는 만큼 심도 있는 평가와 공정한 평가가 기대된다. 그리고 평가 인력풀제를 확대해야 한다. 한정된 인력풀 속에서만 평가위원을 찾지 말고 인력풀을 확대 운용해야 한다. 교수 중심에서 벗어나 관련 분야의 전문연구원이나 기업 관계자들도 평가위원에 참여시켜 급변하는 기술개발의 패러다임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책임평가제를 도입해 과제평가의 신뢰성도 높이고 보다 책임 있는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평가만 따라다녀 평가교수라는 말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부득이 평가 참여가 어려운 교수들도 의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해당 분야 전문가 없이 평가가 진행된다든지, 일주일에 평가에만 2~3차례 참여하는 교수가 있다든지, 일부 기관장의 경우 개인이 혼자 막대한 예산을 좌지우지하는 듯한 갑질의 행태를 보여선 안 되기 때문이다.
R&D 투자규모를 키우는 것이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이제는 R&D 예산의 편성과 배정의 중요성 못지않게 그 책임성을 보다 엄중하게 물어 낭비적 요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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