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남아 시장이 뜨면서 주목 받는 중국의 도시가 하나 있다. 윈난(雲南)성 성도 쿤밍(昆明)이다. 중국 남서부 접경 지역에 위치한 쿤밍이 동남아시아로 향하는 창구로 떠오르면서다. 쿤밍이 자리한 윈난성은 동남쪽으로 베트남·태국·라오스, 서남쪽으로 미얀마·인도와 인접하고 있는 관계로 이들 국가로 진출하는 교두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쿤밍은 다른 말로 '춘성(春城)', 즉 봄의 도시라 불린다. 연중 평균기온이 봄과 같고 끊임없이 꽃이 피어 사시사철 관광휴양을 즐기러 오는 중국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쿤밍은 차마고도(茶馬古道)를 찾기 위한 관광객들이 들르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차마고도는 글자 그대로 차(茶)와 말을 교역하던 중국의 높고 험준한 옛길이다.
차마고도는 중국 서남부의 푸얼차와 티베트의 말을 교환하기 위해 만들고 넘나들었던 교역로로 티베트를 넘어 네팔·인도까지 이어지는 육상 무역로였다. 실크로드보다 먼저 생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교역로로 잘 알려져 있다. 한나라 이전인 기원 전 시기에 형성되었고 당·송 시대를 거치면서 번성하였으며 이후 네팔·인도·유럽까지 연결됐다. 차마고도의 시작점이 바로 윈난성이다.
하지만 과거 쿤밍은 남서부 변경지역에 위치한 탓에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에서 소외돼 왔다. 하지만 최근 동남아 시장이 떠오르면서 쿤밍은 중국 서남부의 상업중심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시진핑 지도부가 추진하는 신 실크로드 경제권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서도 쿤밍은 동남아를 연결하는 핵심 거점으로 떠올랐다. 그래서 쿤밍은 지난해 632억 위안(약 10조6000억원), 올해는 745억 위안을 투입해 교통인프라 구축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쿤밍 창수이(長水) 국제공항은 최근 동남아 노선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창수이 국제공항은 현재 중국에서 동남아 노선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매주 276차례 운항하는 국제 여객편 중 217개가 동남아 노선으로, 전체 공항 여객편의 78.6%를 차지한다. 한해 쿤밍 창수이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만 4198만명이다
중국 경제 전문지 21세기경제보에 따르면 창수이 공항은 2006년 여객량 기준으로 중국 공항 중 7위였지만 10년 사이 선전 바오안 국제공항, 상하이 훙차오 국제공항을 제치고 5위에 올랐다. 4위인 청두 솽류 국제공항과의 격차도 크지 않을뿐더러, 증가율도 훨씬 가팔라 조만간 청두를 제치고 베이징·상하이·광저우에 이은 중국 4대 항공허브 자리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고속철도망도 속속 건설되고 있다. 지난해엔 상하이에서 쿤밍을 잇는 구간거리 2252㎞에 달하는 후쿤(滬昆) 고속철이 개통됐다. 이것은 중국이 구상하는 동남아 철도망 건설의 일부분일 뿐이다. 중국은 현재 쿤밍에서 출발해 라오스와 태국을 거쳐 말레이시아까지 내려가는 종단철도와 쿤밍에서 출발해 미얀마를 거쳐 태국과 베트남으로 연결되는 횡단 철도를 구상하고 있다. 올해엔 총 구간거리 700㎞에 달하는 충칭과 쿤밍을 잇는 고속철도 착공에 들어간다.
쿤밍시 경제도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지난해 쿤밍시 국내총생산(GDP)은 4300억 위안에 달해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올 1분기 GDP 증가율은 9.7%에 달하며 중국 평균 GDP 증가율(6.9%)을 훨씬 웃돌았다. 글로벌 기업들도 속속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미국 알코아, 메트로, 네슬레, 베올리아앙비론느망, 코카콜라, 바스프, 월마트 등이 대표적이다.
쿤밍시 관광산업도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청정도시로 유명한 쿤밍에는 최근 북방 지역의 스모그를 피해 휴가를 오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쿤밍시를 다녀간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48.39% 늘어나 사상 처음으로 1억명을 돌파했다. 관광수입도 46.33% 늘어난 1073억5300만 위안으로, 처음으로 1000억 위안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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