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이 양호한 실적을 거두며 어느 정도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체 순익 가운데 해외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10%에 불과하지만,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2020년까지 최대 30%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KB국민은행은 경쟁 은행보다 3년 이상 해외 진출이 늦어 성과를 내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해외 순익은 총 36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늘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의 올 상반기 해외점포 순익(948억원)이 85% 증가해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1485억원, 1152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상반기보다 30% 이상 늘었다.
점포수도 증가세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142개에서 올 상반기 150개로 늘었으며, 하나은행(133개→145개)과 우리은행(216개→270개)도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반면 지난해 해외에서 171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56억원에 그쳤다. 점포수도 20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 시장이 치열해지며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은행들의 해외 영업과 투자는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베트남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디지털영업전략을 강화하는 등 베트남 금융시장을 공략하는 데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상반기 순익 중 30%가량은 베트남에서 나올 정도로 베트남은 신한은행에 중요한 시장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글로벌부문 당기순이익 2000억원, 내년 3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올 상반기에 지난해 연간 실적(1066억원)의 90%를 달성한 만큼 은행권 안팎에서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네트워크 역시 연말까지 500개, 내년에는 600개 이상으로 지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중국 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법인 직원들의 96%를 현지인으로 채우면서 중국의 시중은행들과 유사한 형태로 영업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해외 시장에 안착하면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해외에 나간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해온 보수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인과 현지기업을 공략하는 현지화 전략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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