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1일 조용한 창립 18주년을 맞았다.
KAI의 검찰조사가 81일째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KAI는 내부적으로 창립기념일을 맞아 내실다지기에 나섰다.
하성용 전 사장이 사임한 뒤 KAI는 새 수장을 선임하지 못한 채 74일째 경영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KAI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장성섭 부사장(개발부문장)은 창립 18주년을 맞아 ‘위기를 기회’로 삼자고 당부했으며 KAI 임직원들은 산적한 경영 현안에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있다.
장 부사장은 KAI 18주년 창립 기념사를 통해 “현재의 위기와 어려움에 낙담해 계속 주저앉아만 있을 수는 없다”며 “하루빨리 경영이 정상화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우선 뼈아픈 자성과 변화를 통해 KAI가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로 삼자고 밝혔다.
장 부사장은 “타성에 젖어 잘못 수행해 온 일들은 개선하고 모든 일은 기본과 원칙, 규정과 절차를 따라야 한다”며 “의사 결정은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겪는 시련과 위기가 반성의 기회이자 새로운 KAI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임직원간 상호 신뢰와 배려, 회사를 향한 한마음으로 당면한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자”고 독려했다.
이어 주요 현안들의 조속한 마무리를 통해 사업과 경영 여건의 안정화를 주문했다.
장 부사장은 “현재 납품 중단된 수리온은 하루속히 납품 재개와 일정을 만회할 수 있도록 관련 본부를 중심으로 전사가 함께 노력하자”며 “체계결빙 입증 시험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형 기동 헬기인 수리온은 KAI가 2006년 사업비 1조3000억원을 들여 개발에 착수해 2012년 6월 우리 군에 실전 배치한 다목적 헬기다.
그러나 최근 감사원의 발표로 ‘부실덩어리’로 전락하고 수리온 헬기 회전익 담당을 맡았던 김인식 부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까지 발생하며 KAI 내부적으로는 충격에 휩싸였다.
수리온이 토종 헬기로 한국을 제 11대 헬기 개발국 반열에 올려 놓은 KAI 직원들의 자부심인 만큼 납품 재개로 군 전력 공백을 메우고, 인도네시아 수출 추진, 연내 산림청 헬기 납품 등으로 자존심 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장 부사장은 “KF-X 전투기, LAH·LCH 소형헬기 개발사업은 향후 30년간 회사를 이끌어갈 핵심사업”이라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적기에 개발할 수 있도록 모두가 열과 성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 부사장은 올 연말에 입찰 예정인 미 공군에 APT 수출사업 등 미래를 위한 준비도 병행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그는 “미 공군 APT 수출사업은 대한민국의 국가 위상과 우리 회사의 기업 가치를 한 단계 높여줄 너무나도 중요한 사업”이라며 “현재 상황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반드시 수주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민수사업의 강화도 강조했다. 장 부사장은 “최근 수주한 B777X 날개 구조물(Wing Rib) 사업은 수주 절벽 상태였던 민수사업에서 어렵게 수주한 노력의 결과물”이라며 “당사와 협력업체에서 생산 착수 및 양산에 차질이 없도록 사전에 완벽히 준비해 나가자”고 말했다.
KAI는 지난 7월 미국 보잉사에 신규기종 B777X의 주요 구조물인 윙립을 오는 2030년까지 독점 공급하는 6411억8400만원 규모(최근 매출액 대비 20.7%) 계약을 맺은 바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장 부사장은 검찰 수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완제기 수출사업은 수주 가능한 국가와 현안 해결에 집중하고 전문업체 지정이 지연되고 있는 MRO사업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반드시 사업화 추진하자고도 당부했다.
장 부사장은 “사장 직무대행으로서 여러분의 노고에 미안함과 함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드린다”며 “현재의 고통스런 현안들을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해 회사가 다시 예전의 정상적인 경영 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솔선수범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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