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지하에 풀이 자라났다. 서울 종로구 돈의문 박물관 마을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1회 서울 도시건축비엔날레’ 중 ‘침략적 재생’이라는 주제로 전시되고 있는 작품의 모습이다.
지하에서 피어난 풀은 태양광 전달 기술인 ‘선 포탈(Sun Portal)'을 이용해 자라났다. 미국 뉴욕시의 ’로라인(Low Line)' 프로젝트를 완성시키는데 적용된 이 기술은 태양광을 채집해 끌어오는 집광기술 장치로 우리나라 기업 ‘선 포탈’이 세계 독점으로 개발했다.
서울시는 ‘서울 도시건축비엔날레’와 ‘UIA 서울 세계건축대회’, ‘서울건축문화제’, ‘서울 국제건축영화제’가 열리는 지난 달을 ‘도시건축주간’으로 정하고 다양한 건축 관련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지난 2일부터 내달 5일까지 열리는 제1회 서울 도시건축비엔날레는 추석 연휴 기간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해 다양한 볼 거리와 체험 거리를 제공한다. 주제전과 도시전,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주제전 가운데 ‘침략적 재생’이 선보이는 선 포탈 기술은 앞으로 광화문에 조성될 지하도시를 미리 경험하게 해 준다.
지난해 9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로라인 랩(Lowline Lab)’을 방문한 뒤 로라인 같은 도시재생 사례를 서울에 맞게 벤치마킹해 시청부터 세종대로까지 약 3만㎡ 땅에 지하공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일명 ‘서울판 로라인’은 을지로부터 세종로~광화문~종로까지 지하보도를 연결한 대규모 공간에 시민들을 위한 문화 시설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시는 이를 위해 인근에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서울신문사, 싱가포르 투자청 등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뉴욕의 로라인 프로젝트는 맨해튼에 1948년 이후 방치된 지하 공간 4000㎡를 개조해 공원으로 조성한 사업이다. 자연광을 지하로 끌어오는 기술을 이용해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공원 외에도 시민들을 위한 각종 휴식·문화 시설을 조성해 2015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10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기도 했다. 로라인은 지금까지도 재생으로 도시를 살린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 밖에도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시가 추진하고 있는 ‘보행도시’를 체험해보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관람객들은 사람이 걸으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뇌파감지로 측정해 걷기 좋은 길을 제안하는 ‘뇌파산책 프로그램’을 경험해 볼 수 있다.
또 △물 부족 △도시농업 △식량 부족 등 세계 도시가 겪고 있는 문제를 직접 체험해보는 프로그램도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와 돈의문 박물관마을, 세운상가 등에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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