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메모리 매각]이해관계 조율하고 신속 결정 내리는 리더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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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입력 2017-10-0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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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바 메모리의 교훈 - (5)

도쿄 도내에 소재한 도시바 본사 입구[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속한 ‘한미일 연합’은 우여곡절 끝에 도시바와 도시바 메모리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의 법적 분쟁을 내년 3월 이전에 해결해야 하고, 각국 정부의 독점금지법 심사도 6개월 내에 통과해야 하는 등 갈 길이 멀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제부터 도시바 메모리를 어떻게 성장시켜 나갈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포용력과 조정능력, 반도체 사업 전반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인재가 회사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당장 도시바 메모리는 올해 더욱 커진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매를 따먹지 못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경쟁사와의 간격이 6개월만 벌어져도 생존의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시장 흐름과 맞지 않는다면 수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어도 바로 무너질 수 있다.

만약 도시바 메모리 매각 과정이 진행된 8개월여 동안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고 수요도 줄어드는 등 시황이 최악을 기록했다면, 회사가 팔리기도 전해 무너질 수도 있다.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위해 설립항 목적회사 ‘K.K. 판게아’의 의결권 지분은 컨소시엄 주체인 미국 베인컴퍼니 컨소시엄이 49.9%, 도시바 40.2%, 도시바의 우군인 일본 광학가기 업체 호야가 9.9%를 갖는다. WD과의 법적 분쟁이 종료되는 데로 일본 국부펀드인 산업혁신기구, 일본정책투자은행 등도 투자해 의결권을 갖게 된다. 이에 도시바는 회사를 팔지만 지분율이 과반 이상으로 경영권을 확보했다.

◆도시바, 과거처럼 경영권 유지 힘들 듯
하지만, 경영권을 도시바 메모리 경영진들이 과거 모기업 소속 때처럼 경영 전반을 장악할 수 없다. 한미일 연합에 참여한 쟁쟁한 글로벌 IT 기업들이 예전처럼 회사가 운영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애플과 델은 잘 알려진 데로 스마트폰과 PC 등 정보통신기술(ICT)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대표 기업이다. 킹스톤 테크놀로지는 세계 최대 메모리 부문 독립 제조업체로 2015년 북미지역 D램 시장 점유율 60% 이상으로 독보적인 1위를 기록했다. 시게이트는 WD과 함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시장을 주도해온 기업이다. WD이 샌디스크를 인수하면서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 안착하자, SK하이닉스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생산 합작사를 설립했으며,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도 WD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다분하다. SK하이닉스는 플래시 메모리 시장 경쟁자라는 이유로 지분율(출자전환시 15% 확보) 확대와 기밀정보접근 권한이 10년간 제한됐다.

이들 기업들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이유는 자사의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당장 미에현 욧카이치 공장에서 생산되는 플래시 메모리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길 원하는 한편, 더 나아가 도시바 메모리의 반도체 개발 기술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WD와의 갈등도 제대로 해결 못한 도시바 메모리측은 10개가 넘는 기업들이 발을 걸친 상황이 되었으니, 이들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가가 관건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지난달 28일 매각계약 체결후 베인 캐피탈이 열려고 했던 기자회견이 참여 기업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며 취소된 것이 도시바 메모리의 미래를 보는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명배우를 끌어 모았다고 명작이 탄생하지 않는다”
현지 언론은 도시바 메모리 최고경영자(CEO)가 투자 기업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못하면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간다”는 속담처럼 도시바 메모리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케이신문은 “명배우를 끌어 모은다고 해서 명작이 태어난 것은 아니다”라면서 “개발 및 제조에 거액의 자금을 필요로 하는 반도체 사업은 신속한 경영판단이 필요하다. 한국의 삼성전자는 재벌 특유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전 세계 선두로 올랐다”고 전했다.

이에 산케이신문은 WD과 손잡고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 참여했던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KR) 간부의 말을 인용, “한미일 연합에서는 이러한 리더십을 견인할 역할을 할 수 있는 이가 보이지 않는다. 이해 관계자가 많으므로 조정도 어렵다. 세계에서는 이길 수 없다”며 도시바 메모리의 미래를 차갑게 ‘예언’했다.

WD의 앙금의 골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진 점도 도시바 메모리에겐 위험요소다.

도시바 관계자는 “도시바와 WD는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가 매각 과정에서 무너진 상태지만 협력을 청산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지금 양사는 끊을 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 부부와 같다”고 말했다. WD는 차치하더라도 욧카이치 공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WD 자회사 샌디스크와 도시바는 플래시 메모리 설계 및 개발에서 탄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업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싸울 수 있는 경쟁력을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베인 캐피탈 관계자도 “사업면의 영향을 생각하면 이대로는 공멸한다. 조기에 소송을 취하해 화해할 필요가 있다”고 양사간 원활한 해결을 강조했다.

한미일 연합은 도시바를 통해 WD에 현 조건에서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지속할 것임을 약속한다는 제안을 제시토록 해 연내에 합의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관계 복구를 위한 돌파구는 당장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WD가 고집을 꺾지 않고 치킨 레이스가 계속된다면 공멸은 위기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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