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면서 경제에 대한 우려도 부각되고 있다. 영국 집권당인 보수당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를 끌어내리기 위한 당 대표 불신임안 발의가 준비되고 있다고 BBC 등 영국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지난 6월 조기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메이 총리에게 묻기 위한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을 앞두고 강력한 협상권을 위해 조기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선거를 한 결과 오히려 과반을 잃게 됐다.
지난 2012~2015년 보수당 당의장을 지낸 그랜트 샤프스 하원의원은 6일(이하 현지시간) B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새로운 당 대표와 총리를 뽑는 당내 선거를 위해 메이 총리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샤프트 하원의원은 약 30명이 이런 견해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당 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 불신임안이 표결에 이르려면 최소 의원 48명이 불신임안 발의에 서명해야 한다. 여전히 18명이 더 필요한 셈이다.
이처럼 정치적 불안이 커지면서 영국 경제는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으며, 브렉시트 협상도 더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치러진 지 15개월이 지났다. 영국은 지난주 유럽연합과 브렉시트 절차를 위해 4번째 협상회의를 가졌다.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핵심적인 이슈 부분에 있어서는 제대로 된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기업들은 정부가 협상에 있어서 조리있는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하고 있다.
KMPG 영국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앨 세핀은 "브렉시트 협상은 매우 중요한 단계를 거치고 있으며, 우리는 정부의 안정과 선명한 노선이 필요하지만 이들 중 어느 것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고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브렉시트 협상은 2019년 3월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보수당이 다시 경선에 나선다면 2018년까지 선거 국면이 이어지면서 브렉시트 협상을 더욱 늦출 수 있다.
메이 총리가 사퇴할 경우 보수당 내의 당 대표 경선이 이어지면서 영국은 또다른 총선을 치러야할 수도 있다. 지난 6월 총선에서 보수당은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새 대표에 대한 소수정당의 지지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다시 선거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베렌버그 은행의 영국 이코노미스트인 캘럼 피커링은 "영국의 미래가 지금처럼 불확실해 보인 적은 없었다"고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도박 업체인 패디 파워는 올해 들어 메이 총리의 사퇴 가능성은 33%로 올랐으며, 내년 또다른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은 31%라고 밝혔다. 이처럼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파운드화는 이번달 들어서 미국 달러 대비 2.5%나 하락했다. 영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과 낮은 생산성,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의 설문 조사에는 경제 각 분야에서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하락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건설업체들은 곧 침체에 빠져들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소비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의 자동차 판매는 지난달에도 10% 줄어들면서 6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셀핀은 "브렉시트가 가장 큰 당면 과제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당면한 다른 경제 문제들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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