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와의 평가전 후 신태용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자신을 책망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을 위한 과정 중에 하나로 유럽 원정 평가전을 치렀지만 경기력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떨어졌다. 변화가 필요한 대표팀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스위스 빌/비엘의 티쏘 아레나에서 끝난 모로코와의 평가전에서 1-3으로 졌다. 지난 7일 러시아에 2-4로 패한 대표팀은 1.5군으로 나온 모로코에도 두 골차 패배를 당했다.
이번 유럽 평가전은 경기 결과보다 2018년 6월에 열리는 러시아월드컵 본선 무대를 위한 선수 파악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해외파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 선수들을 모두 경기에 뛰게 했으며, 윙백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변형 스리백’을 가동했다. 대표팀의 에이스인 손흥민의 공격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프리롤, 이청용의 윙백 변신 등 다양한 전술적 실험도 진행됐다. 권경원, 송주훈은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모로코전 후 신태용 감독은 “러시아와 모로코전을 통해 선수들 파악을 많이 했다. 나름대로 약이 됐다. 물론 스코어에 지고 경기 내용에서도 참패를 인정한다. 11월 평가전부터 반전을 시작해 더는 팬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유럽원정에서는 막판 순위 경쟁이 치열한 K리그 클래식을 배려해 국내파들을 선발하지 않았다. K리거까지 모두 소집되는 11월 소집이 매우 중요해졌다. 11월 A매치 기간(6일~14일)에 대표팀은 국내에서 유럽, 남미팀과 평가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후 12월 일본, 중국, 북한이 참가하는 동아시안컵에 나서며 오는 1월에는 해외 전지 훈련이 예정돼 있다. 3월에 잡혀 있는 또 한 번의 A매치 기간도 한국 축구 대표팀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지난 7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후임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은 경기력 논란에 휩싸이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을 데려와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더욱 깊은 늪에 빠졌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가 발빠른 대처를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진 후에도 몇 개의 단추를 더 잠군 셈이다.
현재의 대표팀은 단추를 모두 풀은 후 다시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돌아서고 있는 축구 팬들의 마음을 다시 잡기 위해서는 오는 11월에 열리는 평가전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평가전에서 꼭 이겨야 된다는 말이 아니다. 팀 구성과 전술, 선수들의 투지 등에서 이전보다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러시아월드컵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가질 수 있다. 11월의 평가전에 모든 것을 걸어 다시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변화에 대한 의지와 소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팀은 향후 전술 코치와 피지컬 코치를 영입해 전력을 보강할 계획이다. 비판 여론에 휩싸여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신 감독이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구상대로 대표팀을 이끌어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리더는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10월 유럽 원정의 악몽은 러시아월드컵 본선을 위한 희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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