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는 11일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추진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 등이 의견수렴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수사를 의뢰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팀이 일괄 출력물 형태의 의견서 중 중복된 의견서를 제외한 4374명을 놓고 무작위로 677명을 추출해 유선으로 진위여부를 파악한 결과 이 중 252명이 응답한 가운데 찬성의견서 제출 사실을 긍정한 경우는 51%인 129건이었고, 제출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한 경우가 25%인 64건, 인적사항 불일치 12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이 47건이었다.
당시 교육부는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구분안 행정예고’에 대한 의견수렴 결과를 발표하면서 찬성 의견이 15만2805명, 반대 의견은 32만1075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진상조사팀이 교육부 문서보관실에 보관 중인 찬반의견서 103박스를 살펴본 결과, 일괄 출력물 형태의 의견서는 53박스로, 2만8000장에 달하는 26박스를 우선 조사한 결과, 동일한 4종의 의견서 양식에 일정한 유형의 찬성 이유가 반복됐고, 동일인이 찬성 이유를 달리해 수백 장의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중복된 의견서가 다수 발견된 가운데 형식 요건을 충족한 찬성의견 제출자는 4374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형식 요건을 충족한 찬성의견 중 1613명은 동일한 주소지를 기재해 제출했고 중복 제출된 경우, 계수 시 제외되지 않도록 동일인의 의견서를 중간 중간에 섞어서 제출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의견서 중 일부는 개인정보란에 이완용, 박정희, 박근혜라는 이름을 기재하는 등 상식을 벗어나는 내용으로 찬성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당시 ‘차떼기 제출’ 논란이 됐던 일괄 출력물 형태의 의견서 제출 박스에는 ‘올바른 역사교과서 국민운동본부’의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
‘차떼기 제출’된 의견서를 계수한 교육부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밤에 찬성 의견서 박스가 도착할 것이므로 의견서를 계수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야간 대기시키라”는 당시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의 지시가 있었고 직원 200여명이 자정 이전까지 계수 작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진상조사팀의 조사결과 보고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기 위한 여론조작의 개연성이 충분하고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 개인정보의 제공, 형법 제137조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동법 제231조 사문서 등의 위·변조, 제234조 위조사문서 등의 행사에 해당하는 혐의가 있고, 일부 혐의자는 교육부 소속 공무원의 신분을 갖지 않아 진상조사팀의 조사권한이 미치지 않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하기로 의결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여론개입 수사과정에서 교육부의 조직적 공모나 협력 여부, 여론 조작 여부 등 사실 관계가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에 대한 신분 상 조치 등도 요청할 계획이다.
진상조사위원회 관계자는 “고 김영한 전 청와대 수석의 업무노트, 전 안종범 청와대 수석의 메모노트, 2015년 10월 서울 동숭로에 위치한 교육부의 국정역사교과서 비밀 TF 현장 공개 자료, 청와대 보고서 등을 검토해 보면 여론 개입 과정에 청와대와 국정원 및 교육부가 처음부터 조직적으로 지시 및 관여했다고 의심된다”며 “수사를 통해 청와대 및 국정원, 교육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철저히 규명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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