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사기구(IMO)가 오는 2020년부터 황산화물 배출규제를 시행할 예정이지만 선주들이 비싼 가격과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발주를 꺼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탈석탄.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며 업계를 압박하고 있지만 수십년을 활용해 검증된 기름을 갑작스레 LNG로 전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11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2만2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의 수주 계약금액이 당초 1조1181억원에서 9407억원으로 감소했다고 전일 정정 공시했다.
이처럼 수주 계약 금액이 낮아진 것은 MSC가 최종 계약서 서명을 앞두고 기존 벙커유와 LNG를 연료로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Dual Fuel) 엔진을 장착하는 대신 오염물질저감장치(Scrubber)를 채택하기로 방침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5척의 동급 컨테이너선을 발주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도 MSC는 이중연료 엔진 장착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선박을 9266억원에 수주했는데, 이럴 경우 수주 계약금액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계약은 LNG 추진 엔진이 향후 보편화 될 수 있느냐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던 만큼 업계에서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IMO는 2020년부터 황산화물 배출규제를 시행키로 하고 조선·해운업계에 환경 친화적인 엔진과 부분품을 개발, 사용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선사와 조선사들은 IMO의 환경규제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해 왔다. IMO의 환경규제는 2만TEU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운용하는 메이저 선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MSC는 '혁신' 대신 '안정'을 택했다. LNG 추진 엔진이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적이고 운용비 절감에는 우수하지만 실제 운항 시 안전과 저비용·고효율 효과 등을 실현했다는 검증된 사례(Track Record)가 없기 때문이다.
또 이중연료 엔진을 선택하면 선박 내에 LNG 연료탱크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연료탱크가 차지하는 공간만큼 적재할 수 있는 컨테이너가 줄어들게 된다. 통상 5000㎥급 LNG 연료탱크를 설치할 경우 선박의 컨테이너 최대 적재량은 500개 정도 줄어들게 된다.
이와함께 LNG가 현행 선박의 주연료인 벙커유보다 가격이 높을 뿐만 아니라 이를 공급받을 수 있는 인프라 시설이 주요 항구에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특히 선사들은 척당 건조비가 400억~500억원 가량 상승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척당 1000억원이 넘는 선박을 발주하는 선사들은 장기간 무사고 운항이 가능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선박에 탑재하는 기자재·부품도 오랜 기간 검증된 업체의 제품을 선호한다"며 선사들이 LNG 엔진 도입을 주저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MSC의 결정은 비슷한 크기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9척을 중국 후동조선과 SWS에 발주한 프랑스 선사 CMA CGM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CMA CGM도 최종 계약서 서명을 늦추고 있는데, LNG 추진엔진 적용 여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환경 선박 발주시장이 활성화되기 까지는 시간이 상당기간 필요할 것이란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뿐만 아니라 육상 플랜트와 발전소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며 " 지난 수십년간 검증된 기름을 갑작스레 LNG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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