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정에 대한 인증 불가를 공식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예정된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대북 압박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괌 타격론이 또 다시 불거지는 가운데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가 또 다시 고조될 전망이다.
◆"이란 핵협정 불인증·강경 대북정책은 위험한 조치···미국 신뢰 저버릴 것"
CNN,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의 1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불인증, 강경한 대북 정책 등은 동북아 내 핵무기 경쟁을 유발할 것"이라며 "이는 위험한 조치"라고 비난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도 "추가 제재를 시사한 트럼프의 대(對)이란 정책은 전쟁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며 "세계 각국이 핵무기 보유 여부를 고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가브리엘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대응 방식에 대해서도 '어렵고 위험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전 장관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상 부정 행위는 국제 협약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뒤집으면서 미국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란 핵협정 불인증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는 것은 미국의 이란 정책과 북한 정책이 닮은꼴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란 핵협정이 파기되면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 대화보다는 군사적 압박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다는 우려와 연관이 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북한을 '불량국가'로 규정, 추가적인 제재 가능성을 예고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 불인증 선언을 했다고 해도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가 복원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핵협정 준수 여부의 감독기관인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비롯해 유럽 각국에서 '이란이 기술적으로 핵합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어 마찰이 불가피한 탓이다.
미 의회는 향후 60일간 현재 중단 조치된 이란 제재를 다시 시작할지 여부를 검토한다. 2015년 7월 미국과 영국, 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 등 주요 6개국은 이란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서방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 불인증에 이어 강력한 대북 압박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라는 신호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5일 보도를 통해 "11월 초 동아시아를 순방할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대북 정책 관련 주요 연설을 할 것"이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현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북한에 대한 압박 강화 방침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설을 통해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언급해왔던 대북 군사옵션 내용을 구체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단 한국과 일본에 대한 핵우산 제공 약속 가능성이 물망에 오른다. 북한에 대해 핵·미사일 발사의 완전 포기를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간 강조해온 '이란 해법'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이란은 미국을 미롯한 국제사회가 경제·금융 제재로 압박해오자 먼저 대화를 요청, 핵개발 관련 원칙을 준수하기로 하면서 단계적 제재 해제의 성과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란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다면 대화와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내용으로 조건부 압박을 가해왔다.
일본 지지통신도 한국 신문보도를 인용해 "북한 평양 등 3~4곳에서 미사일을 실은 이동식 발사대(TEL)가 격납고에서 나오는 움직임이 확인됐다"며 "한·미 군사훈련을 앞두고 미국 핵추진 잠수함 '미시간호'와 핵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등의 한반도 전개와 관련 미사일 도발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 북한에 대해 "협상을 통해 뭔가 일어날 수 있다면 언제나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북한과의 '대화 무용론'을 주장하면서 연일 강경 발언을 내놓은 이후 갑작스런 입장 변화가 나온 탓이다. CNN 등 외신들은 이번 발언이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현재 북핵 위협은 관리 가능한 수준', '외교적 해결 기대' 발언에 이어 나온 점을 상기하면서 향후 대북 정책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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