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상화폐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가상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 거래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새로운 투자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사기 등 부작용 우려가 나오면서 ICO 허용 여부에 대한 국가별 정책도 양분화되는 모양새다.
◆ "사기 피해·자금 세탁 우려" 중국·한국 ICO 규제
CNBC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기업 최소 9곳이 지난 8월 이후 3억 5000만 달러(약 3943억 8000만 원)가 넘는 금액을 ICO를 통해 조달했다고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SEC가 ICO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한 방어 조치로 보인다.
ICO는 암호화한 화폐를 활용해 투자금을 모집한 뒤 해당 화폐는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ICO를 위해 가상화폐를 자체 개발하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현행 기업공개(IPO)와 같이 중간 역할의 증권사가 불필요하다. 발행 기업이 배당이나 이자를 지급할 필요도 없다.
ICO에 관심이 늘어나는 반면 투자자 보호 정책이 없어 사기 등의 피해를 보상할 길이 없다. 자금 세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상화폐 특성상 투자 위험성이 적지 않은 만큼 'ICO 버블'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과 한국 등이 ICO 제재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다.
앞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가상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를 불법으로 규정, 엄벌 방침을 밝혔다.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인 BTC차이나는 9월 말부터 가상화폐 거래를 중지했다. 중국은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80~90%를 차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올 만큼 사상화폐 수요를 견인하는 국가인 만큼 영향력이 적지 않다.
◆ "자금 조달 억제 가능성" 싱가포르·스위스 등 조건부 거래 허용
하지만 ICO에 대한 규제가 지나칠 경우 빠르고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투자 방식의 장점을 훼손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경제전문매체 포춘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SEC는 지난 7월 "합법적 등록과 정보 공개 등 전제 조건에 따라서는 ICO를 증권법상 '유가증권'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ICO 불법 운용을 감시하면서도 ICO를 사실상 새로운 거래 방식으로 조건부 인정한 셈이다.
스위스는 전 세계적으로도 ICO 활동이 가장 활발한 국가로 손꼽힌다. 정부 주도의 가상화폐 기술 발전 지원과 ICO 육성에 집중해온 덕이다. 다만 지난달 말부터는 연방금융시장감독기구(FINMA)를 통해 자금 세탁·테러 지원 등 불법 유용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
캐나다는 일부 주에 따라 기존 규제보다는 ICO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규제 유연화 정책을 시사했다. 싱가포르 금융통화청(MAS)도 지난 8월 미국과 마찬가지로 ICO가 증권 선물법의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민 건 시어 미국 코넬대 교수는 "ICO와 가상화폐는 국가 정책과 기존 화폐와 무관한 분산 시스템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기관이 관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가상화폐가 국가 주도의 관리에서 벗어나 있는 만큼 새로운 거래 방식의 출현에 대해 각국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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