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 하나만 바라보고 30년을 지내온 디자이너가 있다. 희원기획의 유명해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유명해 대표는 극심한 변동기를 맞이한 패션시장에서 전문성으로 살아남은 니트 디자이너다. 유 대표는 1988년 '논노'에서 디자이너 일을 처음 시작했다. 이곳에서 니트와 연을 맺고 풍연물산에서 '줄리앙' 니트 디자인을 맡아왔다.
니트 디자이너로서의 길은 약 9년 만에 가로막혔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부분 패션 회사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기는 곧 사업가로서 새롭게 도약할 기회가 됐다.
패션회사들이 부도나면서 각 대리점에서 디자인 담당이던 유 대표를 찾아와 옷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기 시작한 덕분이다. 이렇게 그는 의류 제조 납품 사업에 발을 들였다.
당시 니트만을 전문적으로 디자인하고 생산을 담당하는 업체가 거의 없던 상황이라 논노에서의 경험은 그에게 큰 도움이 됐다. 희원기획은 이후 멜리사와 조이너스, 캐리스 노트 등 10여개 회사와 거래하며 덩치를 키워왔다.
유 대표는 "사업은 성공적으로 이어졌지만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다시 실현하고 싶어 '마레디마리'를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레디마리는 유 대표가 만든 니트 전문 브랜드로, 2003년 탄생했다. 그러나 희원기획 운영과 맞물리면서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유 대표는 "니트 전문 브랜드를 론칭하는 일은 보람있었지만, 당장 이익 구조가 나지 않는 상황을 겪었다"면서 "모든 사업이 겪는 초기 상황인데, 당시 의류 제조사업만 진행하다보니 익숙지 않아 사업을 이어갈 자신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나니, 당장의 조급함 보다는 유명해의 브랜드를 넘어 한국을 알릴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가야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부언했다.
2016년 유 대표는 다시 '마레디마리'를 부활시켰다. 유 대표는 "다시 론칭하게 됐음에도 상표 로고 등은 전혀 손대지 않고 그대로 출시했다"면서 "시간이 지나도 변치않는 전문적인 아름다움이 있음을 말해주고 싶은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재론칭 이후 마레디마리는 뉴욕 쇼룸 등에 제품을 내보이고 미국 유명 퍼포먼스 웨어 회사와의 협업을 따냈다. 국내에서도 지난 9월 압구정 갤러리아 팝업스토어를 통해 1주일만의 1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유 대표는 "니트 사업에 집중해온 덕분에 가장 좋은 니트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며 "소재의 중요성은 물론 언제든 아름다울 수 있는 편안한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한국 브랜드인데 왜 고가냐고 물어오는 해외 바이어들이 있었지만 브랜드 고유 가치를 인정하는 반응이 늘고 있다"면서 "향후 대한민국 패션 디자이너를 넘어 외국에서도 인정받는 럭셔리 니트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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