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국내 협동로봇 만들어낸 남자 “세계 공장 136곳 돌며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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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입력 2017-10-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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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준현 두산로보틱스 CTO, 연 21% 성장하는 로봇산업…두산의 미래 걸어

장준현 두산로보틱스 CTO[사진=송종호 기자]


“2014년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두산 기술자들을 모으고, 미국·독일 등 136개 공장을 다니며 사용자 친화적인 로봇개발에 몰두했습니다.”

두산로보틱스에서 로봇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장준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협동로봇 시장에 진출하기까지 치열했던 기술개발 과정을 이같이 밝혔다.

로봇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로봇산업은 기술혁신을 통한 사회·경제 구조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많은 기업들이 서둘러 로봇산업에 진출하고 있으며, 두산그룹도 지난달 14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7 로보월드’에서 ‘두산로보틱스’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두산 성장 동력 고민 속 로봇산업 진출 결정”

두산은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고민 결과 로봇산업이라는 답을 찾아냈다. 장 CTO는 “컨설팅 업체 맥킨지 사람들과 두산의 성장 동력에 대한 고민을 하다 로봇산업을 찾아냈다”라며 “그때가 2014년이었다”라고 회고했다.

로봇시장은 매년 20%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이 발표한 ‘World Robotics 2015’에 따르면 2014년 세계 로봇시장은 약 167억 달러(약 19조원)로 최근 5년간 연평균 21.2%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용도별로는 산업용로봇 107억 달러(약 12조원), 전문서비스로봇 38억 달러(약 4조2000억원), 개인서비스 로봇 22억 달러(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구성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는 미래 성장 동력을 고민하던 두산그룹에 놓칠 수 없는 미래 먹거리였다.

두산그룹은 로봇산업에 첫 진출했지만 그간 중공업 부문에서 축적한 기계기술(제어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장 CTO는 “2014년 두산그룹이 가진 제어기술을 활용해 협동로봇을 만들려면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고민했다”라고 밝혔다.

두산은 짧은 고민을 끝내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을 찾아 조언을 구하고 시장 동향을 파악했다.

장 CTO는 “송재복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를 찾아가 많은 조언을 얻었다”라며 “6개월 정도 같이 플랫폼 등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플랫폼 등에 대한 고민을 끝내니 인력 수급이 과제로 다가왔다. 로봇을 설계하고 개발할 인력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는 “당장 사람을 구하려고 하니 우리나라에 기술자는 많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라며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두산그룹 내 전기, 전자, 소프트웨어 인재들을 구한 끝에 두산로보틱스를 출범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산은 공작기계 사업을 영위하면서 쌓은 정밀기계 가공기술 및 제어기술, 굴삭기 및 산업 차량 사업을 통한 하드웨어 설계 기술, 산업용 로봇을 생산하던 메카텍의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로봇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생산과 개발은 큰 차이··· 사용자 친화 제품에 중점”

장 CTO는 두산로보틱스를 설립하고 첫 협동로봇을 개발하기까지 과정을 ‘우여곡절’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여러 가지 사정이 뒤얽혀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이 자리까지 왔음을 압축한 것이다.

우여곡절을 거쳐 탄생한 두산로보틱스는 첫 로봇을 개발하지만 또 다른 과제를 만난다. 개발에서 생산까지 과정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두산이 개발한 협동 로봇은 기존 산업 로봇과 달리 펜스 없이 작업자 곁에서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설계돼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해 양산 또한 한층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장 CTO는 “지난 연말 로봇개발을 끝냈지만 개발과 생산은 굉장히 다른 문제”라며 “로봇은 생산재이기 때문에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공장에 들어가는 로봇이 고장이 나면 함께 일하는 사람은 화가 날 것”이라며 “단순한 개발을 넘어 양산을 본격화하게 되면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산로보틱스는 다음달 수원공장이 완공되면 곧바로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두산로보틱스가 개발한 협동로봇[사진=두산로보틱스 제공]


◆“국내 기업과 경쟁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협력적 관계 노력”

세계 협동로봇 시장은 선진 기업들의 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로봇산업을 통해 각국의 침체된 제조업 부활을 노리고 협동로봇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협동로봇은 산업용 로봇을 자동화하기에 제약이 있었던 영역에 대한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독일, 미국 등 로봇 강국들이 시장 선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출시된 글로벌 기업들의 산업용 협동로봇을 보면 △덴마크 유니버설 로봇의 UR3, UR5, UR10 △미국 리싱크 로보틱스의 박스터(Baxter) 소이어(Sawyer) △중국 쿠카의 LBR 이바(iiwa) △스위스 ABB의 유미(Yumi) △F&P 로보틱스의 P-Rob △일본 화낙의 CR-35iA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부각되면서 협동로봇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장 CTO는 “3차산업과 4차산업으로 로봇을 명확하게 가를 수는 없다”면서도 “과거엔 산업로봇이었다면 지금은 협동로봇이라는 트렌드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에 장 CTO도 미국, 독일 등 로봇 선진국을 수없이 방문하며 차별화된 제품개발에 몰두했다.

그는 “미국과 독일 등 136개 지역을 방문하고 중소기업 사장들을 만나서 사용자 친화적인 제품 개발에 중점을 뒀다”라며 “이것은 결국 두산로보틱스가 개발한 협동로봇이 사용자 친화라는 차별화를 갖게 된 밑거름이 됐다”라고 강조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출범한 만큼 세계시장에서 후발주자지만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국내 기업들과 경쟁을 하기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두산로보틱스의 전략이다.

장 CTO는 “기존 사업자인 한화를 경쟁자로 생각하기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에 막 첫발을 내디딘 두산로보틱스가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로봇과 사람의 조화다. 사람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닌, 작업자와 로봇에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업 현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로봇과 사람이 연결된다는 가치를 제품에 담아냈다. 장 CTO는 “항상 로봇이 일하는 작업 현장을 살펴야 한다”라며 “로봇과 사람이 조화롭게 일하는 현장을 만드는 것이 두산로보틱스가 추구하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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