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기업공개(IPO) 시장이 2012년 이래 가장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예정됐던 대형 IPO도 잇달아 내년으로 연기된 모습이다. 이에 따라 2년 연속 세계 1위 IPO 시장 자리를 고수했던 홍콩은 뉴욕, 상하이에 이어 3위로 밀려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말 홍콩 증시 ‘IPO 대어’로 예상됐던 중국 국유 통신인프라 기업인 중국철탑(차이나타워)이 내년 1분기로 상장을 미룰 예정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8일 보도했다.
앞서 중국철탑의 IPO 규모는 약 780억 홍콩달러(약 11조원)로 예상됐다. 이는 자산평가나 당국의 심사비준 등 IPO 준비작업이 예상보다 더뎌진데 따른 것이다. 특히 중국철탑은 중국 3대 국유 이통사인 차이나모바일(중국이동), 차이나유니콤(중국연통), 차이나텔레콤(중국전신) 등이 각각 지분을 38%, 28.1%, 27.9% 보유하고 있다. IPO를 위해선 3사 간 의견합일이 이뤄져야 하는만큼 의사결정 과정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중국 국유 석유회사 시노펙에서 편의점·주유소 등 소매사업부만 분리돼 설립된 '시노펙세일즈'도 별도로 홍콩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었으나 이 역시 미뤄진 상태다. 현재 시노펙세일즈는 홍콩·상하이 증시 동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어서 IPO 계획이 내년으로 연기될 것이라고 통신은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시노펙세일즈의 예상 자금조달액은 300억 위안(약 5조원) 남짓으로 예상됐었다.
잇단 'IPO 대어'의 상장 연기로 홍콩이 올해엔 세계 1위 IPO 시장 자리를 고수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은 지난해 576억 홍콩달러 규모의 중국우정저축은행 IPO 유치로 2년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홍콩 증시 IPO 자금조달액은 모두 111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195억 달러에서 43% 남짓 줄어든 수준이다. 앞으로 남은 두달 동안 추가로 111억 달러 규모의 IPO가 성사되지 않는 한 홍콩은 2012년 이래 가장 저조한 IPO 성적표를 내놓을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또 다른 조사기관인 딜로이트차이나에 따르면 올 1~3분기 홍콩증시에서 국태군안증권(172억 홍콩달러), 중안재선재산보험(113억 홍콩달러), 중원은행(93억 홍콩달러) 등 기업 106곳이 상장했다. 이들의 자금조달액은 850억 홍콩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기업은 모두 44개로 이들은 총 1430억 홍콩달러의 자금을 조달해 세계 IPO 순위 1위에 올랐다. 상하이증권거래소에도 173개 기업이 총 1203억 홍콩달러의 자금을 조달해 2위를 꿰찼다.
딜로이트는 상하이증권거래소가 올해 연간 IPO 순위에서 중국 거래소로는 처음으로 홍콩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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