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진핑(習近平) 정권 후반 5년을 여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가 18일 드디어 시작됐다. 차기 최고지도부 등장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후계구도는 오리무중이다. 중국 공산당의 불문율인 '격대지정(隔代指定)'의 전통을 따르면 시 주석은 이번 당대회에서 후계자를 상무위원에 포함시켜야 한다.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와 다크호스로 떠오른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서기가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후계자 지명이 없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등장했다.
◆ 후춘화냐, 천민얼이냐
외신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시 주석의 측근으로 쑨정차이(孫政才) 전 서기의 빈자리를 채운 천민얼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은 17일 천 서기가 상무위원에 이름을 올리고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 부주석에 오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모두 국가 부주석 겸 상무위원을 맡은 후 다음 당대회에서 국가주석에 올랐다.
후춘화도 상무위원에 오르겠지만 최고지도자의 자리와는 멀어졌다고 봤다. 부총리나 사실상 명예직인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을 맡을 확률이 높다는 예상이다.
심지어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訊)은 17일 후춘화 서기가 7인 상무위원에 아예 진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시 주석이 후진타오 전 서기의 권력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죽이기에 공을 들였고 이에 '리틀 후진타오'로 불리는 후 서기의 상무위원 진입도 무산됐다는 것. 또, 19차 당대회가 끝나면 공청단이 절벽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후 서기의 자발적 의사를 반영한 것이라고까지 보도했다. 함께 차기 후계자로 거론되던 쑨정차이 전 서기가 축출되는 과정을 지켜본 후 스스로 차기지도자는 물론 상무위원 자리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보쉰은 18차 당대회 때 현재의 상무위원 7인을 정확하게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천민얼 서기가 17일 중국 공산당이 발표한 19차 당대회 주석단 상무위원회(42명)에서 제외되면서 후계 구도에서 살짝 밀려난 것 아니냐는 추측도 고개를 들었다. 주석단(243명)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상무위원회 명단에서는 천 서기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반면, 후춘화는 상무위원회에 포함됐다.
미국으로 도피해 중국 지도부 부패 스캔들을 잇따라 터뜨리고 있는 궈원구이(郭文貴)는 앞서 "후 서기가 부주석에 오르고 시 주석의 측근인 리잔수(栗戰書) 당 중앙판공청 주임이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 서기, 천민얼이 부총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 시진핑 '1인 천하' 열릴까··· 후춘화, 천민얼 모두 아니다?
국제사회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시진핑 '1인 천하' 시대의 도래 여부다. 이와 함께 '당 주석'제 부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당 주석제는 공산당 '중앙위원회 주석(당 주석)' 아래 보좌진으로 여러 명의 부주석을 두는 제도를 말한다.
마오쩌둥(毛澤東)이 맡기도 했던 당 주석직은 지나친 권력 집중을 이유로 1982년 폐지됐다. 당 주석제가 부활하고 이 자리를 시 주석이 차지한다면 그야말로 '시진핑 시대'가 열리게 된다. 후계자는 큰 의미가 없고 후계 구도를 굳이 만들 필요도 없어진다.
이에 유력 후보인 후춘화, 천민얼 모두 상무위원 진입에 실패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왔다.
대만 연합보(聯合報)는 지난 14일 시 주석과 리 총리 외에 왕양(汪洋) 부총리, 리잔수 당 중앙판공청 주임, 한정(韓正) 상하이시 당 서기, 자오러지(趙樂際) 중앙조직부장과 왕후닝(王滬寧)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혹은 왕치산(王岐山) 기율위 서기가 19차 상무위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후춘화·천민얼 서기의 이름은 없었다.
홍콩 명보(明報)도 17일 비슷한 보도를 냈다. 후춘화·천민얼 서기의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했고 이들 60허우(後·1960년대 출생자)의 진입은 후계구도 형성을 의미했지만 당대회 개막 전날 이를 뒤집는 전망이 나왔다고 소개했다. 이들 대신 자오러지 중앙조직부장, 왕후닝 주임의 상무위원 발탁이 유력하다고 봤다. 이들은 모두 50허우(50後·1950년대 출생자)로 이 예상이 들어맞는다면 '후계자'는 없는 셈이라는 설명이다.
시 주석의 업무보고로 시작된 19차 당대회는 오는 24일 폐막한다. 이후 25일 열리는 19기 중앙위원회 제 1차 전체회의(19기 1중전회) 후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 리 총리에 이어 신임 상무위원이 서열 순으로 등장한다.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지는 이날이 와야만 확실히 알 수 있을 전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