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이 최근 한달 사이 두번째 러시아를 방문하는 등 김정은 정권의 '대외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남북 또는 북미간 물밑 접촉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 국장이 오는 19~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핵)비확산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도 외교부 당국자 파견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최 국장의 이번 회의 참석은 러시아 측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최 국장의 참석이 확정되자 러시아 측이 한국 정부에 당국자 파견을 권고하는 등 행사의 주목도를 끌어올렸다는 후문도 있었다.
정부는 최 국장뿐만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란 핵 협상에 관여한 웬디 셔먼 전 미국 국무부 차관과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 등 미국 전직 관료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장급 파견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북미 간 반관반민(1.5 트랙) 대화, 남북 외교당국 간 유의미한 물밑 접촉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외교가 일각에서는 최 국장이 이번 비확산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두고 '북핵 빅딜' 가능성 등 국제사회의 여론을 떠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지난달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회의 참석을 계기로 남북한 정부 당국자가 자연스럽게 접촉했지만 북측 인사는 기본 입장만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에도 남북 접촉보다 북미간 접촉을 위해 최 국장의 동선이 짜여지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18일 외교부 당국자는 "스위스 제네바 안보정책 센터(GCSP) 및 스위스 외교부 공동 주최로 개최된 트랙 1.5 회의인 체르마트 안보회의(올해 9월11∼13일 개최)에 우리측 외교부 과장급 인사와 국립외교원 교수가 참석했고, 이 회의에 참석한 북한 외무성 인사와 자연스러운 접촉이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북측이 기존 입장을 반복함에 따라 특기할 만한 사항은 없었다"고 소개했다.
'기존 입장'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폐기되지 않는 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한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는 등 북한이 되풀이하고 있는 기존 주장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회의에 우리 측 당국자로는 외교부 북핵 담당 조직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 소속 과장이, 북측 당국자로는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이 각각 참석했다.
최 국장이 대미 협상을 총괄하고 있고 최근 북한이 미국의 전직 관료나 공화당과 끈이 있는 전문가들과 반관반민 대화를 추진해온 정황이 있는 만큼, 비확산회의 참석을 계기로 미측 인사들과 의미 있는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북미 간 물밑 접촉설에 대해 미국은 일단 부인하면서도 외교적 해결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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