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빌려주고 돈을 버는 증권사가 공매도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주식대차 서비스를 하면서 이벤트까지 열어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는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대신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일부 대형사들이 주식대차(대여) 서비스 관련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대차거래란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금융사가 단기적으로 이를 필요로 하는 투자자에 빌려주는 것이다.
주식가격 하락이 예상될 때 장기 보유기관에서 해당 주식을 빌려 미리 팔아놓고, 나중에 가격이 하락할 경우 낮은 가격에 이를 다시 사서 차익을 챙기려 할 때 주로 사용된다.
삼성증권은 오는 12월 말, 대신증권은 이달 달 말까지 주식대차(대여) 서비스에 참여한 고객에게 상품권을 제공한다. KB증권은 11월 17일까지, 신한금융투자도 같은 달 말까지 관련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서비스를 긍정적으로 보는 투자자 입장에선 선물까지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짭짤한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대신증권은 '건물주가 임대료 벌 듯 보유주식 빌려주고 주식임대료 받자'면서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공매도를 부추긴다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 더욱이 큰 증권사들이 앞장서서 이 서비스를 홍보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의 반감을 의식한 일부 증권사들은 '주식대차 서비스를 실시하지 않는다'고 공지했을 정도다.
지난해에는 셀트리온과 한미약품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기존에 거래하던 증권사 계좌에서 대차거래를 실시하지 않는 곳으로 주식을 이관하는 운동도 펼쳐졌다. 지난달 말 열린 셀트리온 임시 주주총회에선 소액주주들이 주식대차를 해주는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을 코스피 이전상장 주관사에서 제외할 것을 사측에 요청했다.
두 증권사가 공매도를 적극 도왔다고 보는 것이다. KB증권은 '배신자' 취급까지 받는다. 한 셀트리온 소액주주는 "KB증권은 통합 전인 KB투자증권 시절 주식대차를 하지 않았지만, 현대증권과 합병하면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해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물론 공매도는 허용돼 있는 정상적인 투자 기법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공매도는 주가 하락기에 유동성을 공급해주는 순기능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매도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만 불려줬다는 지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6월 30일부터 올해 8월 30일까지 코스닥 공매도 보고 건수 중 외국계 투자자 비중은 83%를 넘어선다.
모건스탠리인터내셔날피엘씨는 이 기간 공매도 보고로 선두를 달렸다. 크레디트스위스씨큐리티즈유럽엘티디, 메릴린치인터내셔날, 골드만삭스인터내셔날 등도 상위권이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 공매도 보고 건수는 총 74만6624건에 달했다. 역시 절반 이상인 58%가 외국계 투자자를 통해 보고됐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공매도 주체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공매도를 대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공매도 공시제도를 도입했지만, 실제 공매도 주체를 명확히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박찬대 의원은 "외국계 IB만 공매도 수수료로 배를 불리는 모습"이라며 "시장 급락을 조장할 수 있는 만큼, 공매도 금지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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