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낮추면 올라가네…은마 '시간이 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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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주 기자
입력 2017-10-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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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25일 소유주 대상 의견 조사…26일 결과 발표 예정

  • "35층으로 빨리 진행해야"…"특화단지 내세워 49층 가능"

서울시와 ‘35층 규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가 오는 25일까지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49층 안'과 '35층 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조사를 실시한다. 은마아파트 단지 내부에 주민들의 의견을 받는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오진주 기자]


“재건축은 시간 싸움이니까 주민들 사이에 35층으로 낮추면 사업이 빨리 진행될 거란 기대가 있습니다.”(은마아파트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35층 포기와 고수’ 갈림길에 선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가 오는 26일 주민들로부터 받은 의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추진위는 지난 15일부터 조합원들을 상대로 기존 49층 재건축과 서울시의 35층 규제에 맞춰 재건축하는 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19일 오후에는 이를 위한 설명회도 열었다. 추진위 관계자에 따르면 25일까지 의견을 받은 뒤 26일 결과를 발표한다.

설명회가 열린 다음날인 20일 찾은 은마아파트 내 상가에는 토지 등 소유자 동의서를 접수하기 위해 주민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추진위는 설명회 전에 토지 등 소유자들에게 두 가지 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는 내용의 동의서를 함께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표는 동의서 제출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층수 규제를 두고 시와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는 은마아파트는 현재 최고 14층, 4424가구로 구성돼 있다. 추진위 측이 밀어붙이고 있는 최고 49층 안은 6054가구(임대 862가구 포함)로 재건축하는 계획이다. 새로운 안은 최고 35층, 5905가구(임대 800가구 포함)로 재건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35층을 지지하는 주된 이유는 ‘시간’이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에 반포나 잠실에서 시의 의견을 따르자 계획안이 통과되는 걸 보면서 35층으로 낮추면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은마아파트의 입지 상 35층으로 재건축해도 충분히 강남의 대표 단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시의 규제에 반대해 열린 ‘재건축·재개발 규제 철폐 총궐기대회’에서 조합 관계자들이 삭발을 할 정도로 시와 마찰을 빚었던 은마아파트가 주민 의견조사라는 초강수를 둔데는 도시계획위원회의 ‘미심의’ 결정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8월 시는 제14차 도계위를 열어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 경관심의안’에 대해 미심의 결정을 내렸다. 보류도 아닌 미심의는 시의 가이드라인을 어겨 심의하는 것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35층 규제’ 의지를 확고히 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는 ‘2030 서울플랜’에 따라 3종 일반주거지역에선 최고 35층까지만 공동주택을 지을 수 있게 했지만, ‘국제공모를 통한 디자인 특화’를 내세워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하면 50층까지 가능하다는 것이 추진위 측의 주장이다. 추진위는 국제 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49층 안을 마련해 5월부터 시에 심의를 요청했다.

35층으로 의견이 기울수록 은마아파트의 매맷값은 오르고 있다. 빠른 사업 진행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 ‘8·2 부동산 대책’과 미심의 결정 이후 12억원대까지 떨어졌던 전용면적 76㎡는 현재 13억원대까지 오른 매물이 나왔다.

한편 대치동의 은마아파트 외에 맞은 편에 위치한 삼총사 ‘우·선·미(우성·선경·한보미도)’도 본격적인 재건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경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15일에 이어 20일에도 설명회를 열고 주민들과 재건축 방향을 논의했다. 선경1·2차 아파트는 인근 우성1·2차와 통합 재건축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도아파트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는 정비계획수립 업체 선정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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