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일한 여동생이자 이른바 '백두 혈통'인 김경희가 조용히 실무적인 부분을 챙기는 내조형이었다면 김여정은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권력형이란 분석이 많다.
북한은 지난 7일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를 열어 60명에 대한 인사를 실시했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번 회의에서 노동당의 노선과 정책을 결정하는 핵심 기구인 정치국 후보위원에 올랐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 시대에 가장 수직 상승한 인물이 김여정"이라고 말했다.
북한 지도부를 중점 연구하는 마이클 매든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한미연구소(USKI) 객원교수는 김여정의 약진과 관련, "고모인 김경희(가문 대표자 역할)의 후계자" 입지를 확립한 것이며 김씨 일가 가운데 "김정일-(김정은·여정의 생모인) 고영희 라인을 김일성의 유일한 정통 후계자들로 공식적이고 결정적으로 확립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정일-고영희 라인이 김일성 가문의 '종가'로 확립됐다면 김여정의 약진은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 형인 김정남 살해와 함께 김씨 일가 전체에 대해 딴 마음 먹지 말고 순응하라는 경고이기도 하다고 매든은 주장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중앙당 고위 간부에 친인척을 기용하는 건 꺼렸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여동생인 김경희 부부만큼은 예외였다. 그런 차원에서 김정일이나 김정은 모두 '남매정치'의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언론들은 이를 두고 김정은 위원장이 '혈연'에 기대 권력 안정을 꾀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CNN방송은 지난 9일(현지 시각) 김여정이 김정은과 같은 '백두혈통'으로 재일교포 무용수 출신 고영희의 소생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김정은이 김여정을 신뢰하고 있고, 김여정은 김정은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스위스에서 유학한 그는 2011년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식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그후 김여정은 김정은 위원장의 참석 행사를 주관하고 챙기는 책임자로 정부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이런 김여정을 '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으로 호명하기도 했다.
미 ABC 방송은 김여정이 "김정은 위원장에서 은밀하게 서류를 건네거나, 노동당 대회에서 꽃다발을 받아 챙기는 등 지근거리에서 행동하면서 불과 30세의 김정은 위원장의 대중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일을 총괄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ABC는 그러나 시드니대학 국제안보연구소 피터 헤이예스 교수의 말을 인용해 "때로는 가족파벌이란 것이 반드시 보호막이 돼주는 건 아니다. 김여정도 이 점에서 완벽하게 면역이 돼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여정이 '다음 후계자'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김여정과 김정은 위원장의 고모이자 김정일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는 사뭇 달랐다.
이른바 '백두 혈통'인 김경희는 김정일 체제에서 핵심 인사로 활동했으며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후견인 역할을 했다.
통일부 인명록에 따르면 김경희가 국제부 부부장에 오른 건 30세 때였다. 당시 당 부부장을 40~50대가 맡는 것에 비하면 빨랐다. 하지만 중앙위 위원과 국회의원 격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각각 42세, 44세가 돼서야 차지했다. 특히 당 정치국 위원 직엔 김정일이 쓰러진 뒤인 2010년 64세가 돼서야 올라갔다.
김정은 위원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김여정과 달리 김경희는 김일성과 김정일을 보좌했지만 2009년 6월 김정일의 동봉협동농장 현지지도 때 오빠 손을 잡고 사진을 찍으며 본격적인 공개활동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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