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이어 이탈리아도 자치권 강화용 주민투표...유럽 분열 가속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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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입력 2017-10-2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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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伊롬바르디아·베네토 주 22일 자치권 강화 요구 주민투표 실시

  • 투표 결과 따라 이탈리아 내 또 다른 지역의 주민투표로 번질 수도

이탈리아 북부 2개주가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는 주민투표 방침을 밝힌 가운데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 참관인들이 전자 투표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AP]


카탈루냐 독립을 두고 스페인 내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이탈리아에서도 자치정부 2곳이 자치권 확대를 위한 주민투표를 단행,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잇따르고 있는 유럽 내 주민투표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유럽에 중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와 베네토주는 22일(이하 현지시간) 재정과 치안, 이민, 교육 등 주요 행정에 대한 추가 권한을 요구하는 찬반 주민투표를 치른다. 앞서 나온 여론조사에서는 70% 이상의 압도적인 찬성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라 나왔다. 

롬바르디아주와 베네토주는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부유한 경제력을 자랑한다. 밀라노가 속해 있는 롬바르디아주는 이탈리아 금융 중심지다. 베네치아와 베로나 등이 속한 베네토주에는 중소기업이 발달해 있다. 주민 상당수는 자신들의 세금을 낙후 지역에 지원한다는 데 불만을 품고 자치권 확대를 주장해왔다. 

이번 주민투표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결과에 따라 수도 로마와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스페인에서의 분리·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카탈루냐 자치정부와는 형편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내년 봄 총선을 앞두고 이번 투표가 우파 정당 내 포퓰리즘 정책에 영향을 주면서 또 다른 지역의 자치권 확대 요구로 이어져 중앙정부의 권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의회전문지 더힐은 21일 보도를 통해 "이번 주민투표는 유럽 내 질서에 대한 도전이자 가장 부유하고 독립적인 지역의 권위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며 "투표 결과에 따라 이탈리아공화국의 종말이 시작돼 역내 정치 상황이 크게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주민투표가 유럽 분열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영국에서 브렉시트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시행한 이후 유럽 전역에서 자치권 강화를 주장하기 위해 주민투표를 활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영국 자치정부인 스코틀랜드는 지난해 브렉시트 확정 이후 영국에서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추진했다. 2014년 9월 독립 투표가 부결된 이후 2년 만에 다시 한 번 주민투표 카드를 꺼낸 것이다. 지난 1일에는 스페인 카탈루냐가 분리·독립 투표를 강행, 스페인 중앙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지중해의 섬 코르시카에서도 프랑스에서의 독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벨기에 북부 플란더스 지방에서도 가난한 남부와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이탈리아 주민투표는 최근 몇년간 유럽 전역에서 잇따라 이어지고 있는 자치권 강화 요구의 일환으로 보인다"며 "중앙정부의 막강한 통제권을 자치정부나 지역이 넘겨 받겠다고 주장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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