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선 압승 계기로 군국주의 발판 마련...전쟁국가 개헌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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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입력 2017-10-2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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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연합/EPA]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정책 실현을 통해 결과를 내고 싶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3일 오전 총리관저를 들어서면서 기자들을 향해 차기 내각 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날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공명 연립 정당이 압승한 뒤 사실상 '3기 아베 체제'의 포문을 연 것이다. 북한발 안보 위기를 명분으로 군국주의 발판을 마련해온 아베 내각이 '전쟁 가능 국가'로 가는 개헌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아사히신문,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22일 오후 8시 투표 마감 이후 개표 5시간 만인 이날 오전 1시께 집권 자민당은 이미 전체 465석 중 283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차지한 29석을 합치면 연립여당의 의석은 최소 312석이 된다. 전체 의석 대비 3분의2 규모인 310석을 충분히 넘기면서 다른 당의 도움 없이도 단독 개헌 발의가 가능하다. 

반면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희망의 당'은 개표에서 49석을 얻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제1야당인 민진당 출신의 진보·개혁파 의원들이 창당한 입헌민주당은 52석을 확보해 의외로 선전했다. 제21호 태풍의 영향으로 지역에 따라 일부 개표가 늦어지고 있지만 전체 규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그래픽=연합뉴스]


이에 따라 아베 총리가 공을 들여온 개헌 작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희망의 당'도 헌법 개정에 우호적인 입장이어서 현행 '자위권 명기' 수준에서 벗어나 더욱 포괄적인 형태의 개헌이 추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아베 총리는 전력(戰力) 보유를 금지한 일본 헌법 9조 개정의 필요성을 반복적으로 거론해왔다. 지난 2015년 9월에는 다수 야당의 반대 속에 집단 자위권 행사 권한을 늘리고 자위대의 행동 반경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안보법을 통과시켰다.
  
현행 일본 안보법은 자의적 해석에 따라 자위대의 권한과 활동 범위가 넓어지는 빌미를 마련해주는 법안이다. 향후 남중국해를 비롯한 아시아 내 영유권 분쟁, 북핵 관련 한반도 정세 등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개헌이 추진된다면 북한의 도발에 대해 자체 군사 대응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일본 안팎에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개헌 반대 움직임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총선 승리를 계기로 아베 총리는 내년 9월 예정돼 있는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도 유리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보고 있다. 자민당 내규 변경을 통해 기존 2연임 최대 6년으로 제한되던 총재 임기가 '3연임 9년'으로 연장 가능해지면서 아베 총리의 집권 기간도 2021년까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집권한 아베 총리는 지난 2015년 9월 자민당 총재에 재선되면서 총리직 임기도 3년 연장돼 집권 기간이 오는 2018년 9월까지 늘어났다. 일본에서는 관례상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다. 내년 총재 선거에서 또다시 승리하면 3연임 9년 총재를 맡으면서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번 총선에서는 제21호 태풍 등 최악의 기상 상황과 18세 이상으로 조정된 참정권 연령 등 다수 변수가 있었다. 그러나 제1야당 민진당이 분열되면서 반사이익이 생긴 데다 '고이케 열풍'이 다소 사그라든 데 영향을 받아 자민당이 이익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는 아베 총리가 사학스캔들 등의 영향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면서 위기론이 부상하자 분위기 쇄신을 명분으로 중의원을 해산한 데 따라 치러졌다. 북한발 긴장에 따라 지지율이 반등하면서 정권 재창출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가 중의원 해산 카드를 꺼낸 것은 2014년 11월 이후 두 번째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53.83%로 지난 2014년 총선 대비 1%포인트 올라간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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