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전국을 아우르는 ‘8종(縱) 8횡(橫)’ 고속철망을 건설 중에 있다. 중국 전역의 철도망은 현재 12만1000㎞에서 2020년에는 15만㎞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고속철 대국으로 떠오르는 중국의 ‘철도 도시’는 어디일까. 베이징, 상하이도 아니다.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다. 정저우는 중국을 대표하는 ‘철도 교통허브’다.
베이징에서 광저우(광둥성)까지 중국 대륙을 남북으로 종단하는 징광(京廣) 고속철, 롄윈강(장쑤성)에서 우루무치(신장자치구)까지 중국 대륙을 동서로 횡단하는 룽하이(隴海) 고속철이 모두 정저우에서 만난다. 중국 대륙을 동서남북으로 통하는 교통의 십자로에 위치하는 곳, 그곳이 바로 정저우다.
정저우에서 출발해 전국 각지로 뻗어나가는 고속철망도 건설 중이다. 정저우에서 완저우(충칭), 허페이(안후이), 타이위안(산시), 지난(산둥), 네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고속철이 오는 2020년 안으로 잇달아 개통될 예정이다. 이른 바 허난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쌀미(米)’자형 고속철 건설 구상이다. 정저우를 중심으로 방사형 고속철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은 지난 2015년 3월 양회에서 장가오리(張高麗) 부총리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정저우가 철도 교통허브로 우뚝 자리매김한 것은 중국 대륙의 중심에 위치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저우는 철도 교통허브임과 동시에 대륙의 물류허브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2013년 7월 독일 함부르크까지 운행하는 정저우-유럽 국제화물철도가 개통됐다. 1만214㎞ 거리를 운행하는 데 단 16일이 소요되는 이 국제화물철도 개통으로 정저우는 국제적인 물류 중심지로 떠올랐다. 정저우에 집결된 제품은 국제화물철도, 국제공항을 통해 전 세계로 배송되고 있다.
이에 UPS, DHL 등 세계적인 물류기업이 정저우로 몰려들었다. 애플은 여기에 아이폰 하청 공장도 세웠다. 이 공장서 생산된 아이폰은 중국 대륙은 물론 전 세계로 배달된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 2013년 광둥성 주하이에서 생산된 1만1000t의 전자제품을 정저우로 철도 운반해 정저우 국제공항을 통해 북미, 유럽 등지로 배송했다. 이어 2014년에는 중국서 생산된 노트북 200대를 국제화물철도를 통해 독일 함부르크까지 운반했다.
정저우 국제물류 허브로서의 중요성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정저우 국제공항 여객물동량 2076만명으로 2011년과 비교해 두배로 증가했다. 화물 물동량은 45만7000t으로 2011년보다 4.4배 늘었다. 정저우 국제공항은 중부지역 공항 중 화물, 여객량 1위를 자랑하고 있다. 정저우는 오는 2030년까지 연간 여객물동량을 7000만~8000만명, 화물물동량 400만t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지도부 들어서 정저우는 전자상거래 중심지로도 부상하고 있다. 2013년 정저우는 닝보·상하이·충칭·항저우 등과 함께 중국 국제 전자상거래 시범도시로 선정됐다. 정저우는 연간 거래액 300억 위안 이상의 전자상거래 기업 1~2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제2, 제3의 알리바바가 정저우에서 탄생할 수도 있는 것. 정저우는 올해 국제무역 전자상거래 규모는 1000억 위안을 가뿐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실 1980년대 개혁개방 바람을 타고 동부 연해지역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정저우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뒤쳐졌다. 1999년 허난성 성장 자리에 오른 리커창(李克强)은 낙후된 정저우의 도시화에 박차를 가했다. 정저우 동쪽지역에 정둥신구(鄭東新區)를 만들고 상업중심지로 육성했다. 2004년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가 제창한 내륙발전 계획인 '중부굴기' 전략도 정저우 경제 발전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정저우 한해 GDP는 7994억 위안으로 전년과 대비해 8.4% 증가했다. 이는 전국 평균 수준(6.7%)을 웃도는 것읻. GDP 규모로 따지면 성도(省都) 중에서는 광저우·청두·우한·항저우·난징·창사에 이은 7위다.
한편 정저우는 중국의 '식량창고'이기도 하다. 드넓은 평야와 기름진 옥토로 둘러싸여 있는 정저우는 예로부터 곡물·농산물 등 물자가 풍부했다. 이에 신 중국 설립 후에는 중국 주요 경공업기지로 육성됐다. 중국 주요 면화 재배지였던 정저우에는 방직·직물산업 등이 집중 발전했다.
지난 1990년 10월 중국 최초로 탄생한 정저우 상품거래소에서는 소맥·면화·백설탕 등이 거래된다. 여기서 거래되는 주요 곡물 가격은 ‘정저우 가격’으로 이미 국제 농산품 가격 바로미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저우 상품거래소는 오는 2017년까지 선물거래량 기준으로 전 세계 10위권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