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과거에 비해 상대적 긴축 기조를 보였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서서히 죄었던 고삐를 푸는 분위기다.
중국 온라인 매체 펑파이뉴스에 따르면 23일 인민은행은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으로 1100억 위안, 14일물 발행으로 900억 위안을 공급했다. 이날 만기 물량인 600억 위안을 고려해도 총 1400억 위안을 순공급한 셈이다.
이로써 인민은행은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5거래일 연속 시장에 유동성을 주입했다. 지난주에는 주 단위로 지난 1월 이후 최대규모인 5600억 위안이 순유입됐다. 이를 더하면 일주일 남짓한 기간에 7000억 위안이 풀린 것이다.
신만굉원(申萬宏源) 증권은 "9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이 소폭 늘어났고 4분기에도 이러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따라 유동성 주입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9월 인민은행 외평기금은 8억5000만 위안이 늘어난 21조5107억 위안을 기록했다. 22개월 연속 감소 후 처음으로 상승 반전한 것으로 위안화 강세 전환의 영향이다.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최근 인민은행이 역RP,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국고현금정기예금 등으로 공개시장조작에 나서며 시장의 유동성 위축 우려를 진정시켰다"면서 "앞으로 시중 유동성이 급변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국고현금정기예금은 상업은행이 국채나 지방정부 채권을 담보로 국고 현금을 상업은행에 예치하는 방식의 거래다.
금융시보(金融時報)는 앞서 "최근 인민은행이 '유동성의 기본적 안정 유지'를 목표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며 "탄력적으로 다양한 공개시장조작 수단을 활용해 유동성이 부족하지도 많지도 않은 상태를 유지하고 신용대출과 사회융자총액의 합리적 증가를 유도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외 대형 투자기관 상당수가 "상대적 긴축 기조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인민은행 통화정책의 핵심은 '온(穩·안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지급준비율(지준율),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거액의 유동성을 주입했던 중국 당국은 올 들어 위안화 가치급락과 외화유출 등을 우려해 신중하게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필요한 유동성만 공급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팍팍했던 통화정책 운용이 최근 살짝 느슨해지면서 유동성 주입이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내년부터 일부 은행의 지준율을 0.5~1.5%p 인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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