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칼럼] 공론화 실험과 결과 승복은 국제경쟁력의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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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
입력 2017-10-2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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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권, 공론화 결과에 승복해야...'공정화' 사회, 대한민국 성장동력

20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한수원 새울본부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의 모습. 이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공론조사 결과에 따라 정부에 '건설 재개'를 권고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국민적 관심을 끌었던 신고리 5‧6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 여부에 대한 공론조사 결과가 10월 20일 ‘건설재개’로 결론이 났다. 시민참여단이 가세한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는 약 석 달 간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해산했다.

◆ 정치권은 공론화 결과에 대한 깨끗한 승복 문화 정착이 필요

보도에 따르면, 공론화위는 모두 5차례의 조사를 거쳐 건설재개 여부를 결정했다. 1차 조사는 시민참여단 2만6명에 대한 전화 설문조사로 진행됐으며 건설재개와 건설중단은 각각 36.6%와 27.6%로 9%p의 차이와 35.8%의 판단유보가 있었다. 2차 조사는 1차 전화조사 표본에서 500명을 추출해 이뤄졌고 1차 조사 결과와 동일했다고 한다. 

3차 조사는 관련 자료의 기본학습 이후 2박3일의 종합토론 첫날인 10월 13일 시민참여단 471명에게 실시했다. 건설재개와 건설중단이 각각 44.7%와 30.7%로 14.0%p의 차이와 24.6%의 판단유보가 있었다.

4차 조사는 종합토론을 끝낸 후 실시했다. 건설재개와 건설중단이 각각 57.2%와 39.4%로 17.8%p의 차이와 3.3%의 판단유보가 있었다. 마지막인 5차 조사는 판단유보 없이 건설재개와 건설중단 양자택일을 물었고 건설재개와 건설중단은 각각 59.5%와 40.5%로 결론이 났다.

공론화위의 결정 이후에 보인 정부의 입장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고위 당·정·청 협의를 통해 공론화위의 결과를 존중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 재개에 관한 정책 방향 확정 발표이다. 둘째, 공론화위의 권고내용과 의견이 다른 국민들도 공론조사 결과 수용을 요청한다는 입장 발표이다. 셋째, 공론화위의 권고에 따라 원전축소 등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 기조의 지속적인 추진이다.

건설중단을 주도했던 정부는 신속하게 공론조사의 결과에 승복하고 건설재개 검토에 착수했다. 건설중단을 요구해왔던 시민단체도 이번 공론조사 과정에서의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결과를 존중하고 권고 내용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결과 발표 당일 밝혔다.

그러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이번 공론조사 과정과 결과에 대해 야당은 ‘대국민 사과’ 요구 등을 통해 정당별 정치적 이익 찾기에 몰두하는 형국이다. 정치는 개인과 정당의 정치이익보다 국민과 국가 이익을 먼저 고려해야 하고, 특히 국민적 공감대에 대해 깨끗한 승복과 수용부터 배워야 한다.

◆ 공론화 실험의 의의,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국내에서 첨예한 찬반 양론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시도한 공론화 전례로 2005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8‧31 부동산 대책 의견 수렴 사례와 2007년 7월 부산 북항 재개발 의견 수렴 사례가 있다. 2003년 사패산 터널 공사와 2007년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의 공론 시도는 시도 자체가 실패한 사례로 남았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실험은 정부와 시민사회, 시민사회와 각종 이익집단 간의 내·외부 찬반 세력간의 첨예한 이익 충돌과 갈등 속에서 공론화를 통한 합의 도출을 이루는 모범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필자가 중국 전문가들로부터 자주 받는 질문은 “한국의 국가경쟁력, 즉 성장동력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필자는 아직까지 “대한민국 민주 시민사회의 힘”으로 대답하고 있다. 이의 이유에 대해 필자는 다시 두 가지로 대답한다. “대한민국 시민사회에 존재하는 ‘다양성’과 ‘자정(自淨)능력’이다” 라고.

그런데 이번 공론조사를 지켜보며 필자는 세 번째 이유를 찾았다. 필자는 이제 “대한민국 시민사회의 공론화 실험과 승복 문화가 세 번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사실 그렇게 되어야 한다.

이번 공론화의 결과에 대해 필자는 세 가지의 의미를 부여한다. 첫째, 수많은 다양성 충돌과 반대되는 이익 충돌에서 갈등 치유 해법의 모범적인 사례를 남겼다. 둘째, 토론과 소통 문화의 효용성과 적법성을 시민사회에 제시했다. 셋째, 승자 독식 원칙을 배제하고 공론화 승복 문화를 제시했다. 이 모든 의미는 대한민국과 시민사회의 발전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 ‘공정화’ 사회 진입은 새로운 발전 방향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인해 원자력 수출에 타격을 우려했던 업계는 안도했다. 이번 건설재개 공론조사 결과에 따라 기존에 진행 중인 영국, 체코,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원전 수출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은 다시 한국과의 치열한 수주 경쟁을 준비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의 동시에 이룬 드문 발전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는 매우 자랑스러운 경험이다. 그리고 필자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까지 진행되었던 ‘촛불집회’와 ‘태극집회’의 평화로운 시작과 끝을 통해 대한민국이 이미 ‘공정화’ 사회로의 진입을 시도했다고 평가했다.

시진핑 1기 시대에 엄중하게 추진했던 ‘부정부패 척결’과 ‘법치주의’는 시진핑 2기 시대의 ‘치법이정(治法理政)’으로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이끌고 있다. 우리는 ‘김영란법’을 기초로, 이번 공론화를 통해 ‘공정화 사회’ 진입을 지속적인 발전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발전 방향을 잃었던 우리에게 공정화 사회는 공론화 실험을 통해 이미 시작되었다. 산업화와 민주화에 이어, 공정화 단계를 통해 시민사회에 다양성과 자정능력 그리고 공론화가 존재하는 민주국가 건설이 대한민국의 지속발전을 위한 동력이 될 수 있다.
 
필자: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 중국 차하얼(察哈尔)학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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