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승리를 통해 3기 내각 체제를 굳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소비세 증세 등 세제개편을 골자로 한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를 재가동할 전망이다. 미국 정부도 연내 법인세율 인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세제개편 달성을 목표로 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의 세제개편 내용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소비세·급여소득공제 개편···"지속 가능한 성장 목표로 디플레 탈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언론의 24일 보도에 따르면 11월 1일 이후 정식 출범하는 차기 아베 내각에서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맞춘 지속 가능한 성장 목표를 아베노믹스의 뿌리로 둘 것으로 보인다. 무상 교육을 연장하고 '일하는 방식'을 개선, 임금 인상 등 근로 환경을 개선해 향후 4년 안에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한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임기는 이변이 없는 한 2021년까지 연장된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공명 연립여당은 소비세 증세 등의 세제개편안을 담은 일종의 '정책 패키지'를 연내에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부족한 재원을 추가 세수로 충당하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는 2014년 소비세율을 기존 5%에서 8%로 인상했다.
아베 총리는 당초 2015년 10월께 소비세를 현행 8%에서 10%로 증세하기로 했지만 내수 위축을 우려, 증세 시기를 2019년 10월로 연기했다. 차기 내각에서는 시장이 증세 부담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경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임금 인상 외에도 근무성과평가제 등 노동 개혁을 동반할 것으로 보인다.
'급여소득공제' 제도도 손질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 내 세제 조사회는 23일 총회를 열고 직장인 등의 소득세를 계산할 때 급여의 일정 금액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는 기존 소득공제와 관련, 고소득자 대상의 혜택을 축소하는 대신 하청업체 직원들도 공제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NHK는 보도했다.
◆미국도 연내 세제개편 목표···홍콩·아일랜드도 세금 개혁 시사
세제개편을 경제 성장 모멘텀으로 활용하려는 국가는 일본만이 아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도 경제 성장 3% 달성을 위해 연내 세제개편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세제개편안은 △현행 35%인 법인세율을 20%로 인하 △개인 소득세 과세 구간 3단계(10%, 25%, 35%)로 조정 등을 골자로 한다. 미국의 세제개편이 이뤄지면 1986년 레이건 정부 이후 30년 만에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셈이 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24일 보도에 따르면 캐리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국제사회가 법인세 등 세율을 낮춤에 따라 홍콩 조세 정책의 장점이 약화되고 있다"며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2단계 이윤세와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특별세액 공제 등의 세금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일랜드도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비만 퇴치를 명분으로 음료 내 설탕 함유 기준을 초과할 경우 30센트(약 400원) 상당의 '설탕세'를 신설하자는 제안이 나왔다고 현지 공영방송 RTE가 최근 보도했다. 피부암 예방 차원에서 선베드 이용료에 대한 부가세를 현행 13.5%에서 23%로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외국인 기업 유치를 위해 현행 15%에 머물러 있는 현행 법인세율은 손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시장에서는 일단 아베노믹스가 순항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아베 내각이 총선 압승을 통해 안정적 정치 기반을 증명해내면서 해외 투자자금의 일본 유입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오는 30일~11월 1일 예정돼 있는 일본중앙은행(BOJ)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도 강력한 금융완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0%대에 머물고 있는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인 2%로 끌어올리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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