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주택담보대출·아파트집단대출 규제를 강화한다. 내년부터 신 DTI(총부채상환비율·1월)와 은행권 여신관리지표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하반기)이 적용된다. 특정 금융사로의 가계대출 쏠림을 억제하기 위해 업권별 자본규제도 연내 정비된다. 동시에 서민·취약계층에는 '빚 탕감'을 포함해 맞춤형 재기 지원책이 마련된다.
정부는 이 같은 정책을 통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전망치보다 매년 1%포인트씩 낮추겠다는 목표다.
◆ "빚 내서 집 사는 시대 종식"··· 다주택자는 돈줄 마른다
다만 청년층과 실수요자는 보호한다. 청년층과 신혼부부에게는 최근 2년간 소득확인 적용을 배제하고, 40세 미만 청년층에는 장래소득·소득의 안정성 등을 반영해 대출한도가 10% 증액된다. 또 기존 주담대 금액과 은행 변경이 없는 경우에는 신 DTI 적용이 배제된다. 집을 옮기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주담대 2건을 보유한 경우에도 즉시처분하면 부채산정 시 기존 주담대 이자상환액만 반영하는 등 완충장치도 마련됐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자영업자 대출과 아파트 집단 대출도 조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중도금대출 보증한도가 내년 1월부터 수도권·광역시·세종 등에서는 6억원에서 5억원으로 감액된다. 중도금대출 리스크 관리를 위해 HUG, 주택금융공사 등 보증기관의 보증비율도 현재 90%에서 80%로 줄어든다.
자영업자에 대한 여신심사도 보다 깐깐해진다. 개인사업자 심사 시 소득, 신용등급 외에 업종별 업황, 상권특성 및 소득 대비 대출비율(LTI) 등을 종합활용해 대출 규모가 축소된다. 갭투자를 막기 위해 부동산임대업자 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도 내년 3월부터 도입된다.
◆ 취약차주에는 선물 보따리
이번 대책에는 서민, 취약차주의 금융 지원 방안도 담겼다. 정부는 채무자의 상환능력에 따라 4단계(충분-양호-부족-불능)로 나눠 고금리 이자부담 완화, 중금리 대출 확대, 신용회복 지원, 장기연체채권 정리 등 맞춤형 정책을 편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득과 자산이 모두 부족한 32만 가구(전체 2.9%)가 정부의 정책 배려 대상"이라며 "이들 부채(94조원)에 대한 연체부담을 완화하고 현재 상환불능 상태의 채무자가 진 100조원을 서서히 탕감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상위 2개 그룹(1058만 가구)은 가계소득 증대와 이자부담 완화만으로도 상환에 무리가 없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우선 자영업자 자금지원을 위해 '해내리 대출'을 출시한다. 자영업자 대출의 상당수가 소매업, 음식점 등 저신용자(7~10등급)인 만큼 맞춤형 자금지원을 제공한다.
'해내리1'은 오는 12월부터 '기업은행 소상공인 특별지원 대출' 금리의 보증료를 추가 인하하고, 공급규모도 1800억원가량 확대한다. 내년 1월에는 신용등급 4~7등급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저리대출과 경영컨설팅을 제공하는 '해내리2'가 도입된다.
전 금융권의 연체금리 산정체계도 개편한다. 연내 전 금융권 연체금리 모범규준을 만들어 현재 6~9%수준인 연체금리를 3~4%포인트 낮추는 방안이 추진된다. 담보권 실행유예제도 및 담보물 매매지원 프로그램도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소액 장기채권에 대한 빚 탕감도 이뤄진다.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 채권(1조9000억원 규모)을 적극 정리하고, 대부업체 등 민간이 보유한 소멸시효 완성 전 소액 장기채권도 적극 정리를 유도할 방침이다. 취약계층이 개인회생이나 파산신청을 신청할 경우 법률서비스를 비롯한 각종 비용도 지원한다.
◆ '빚 탕감 정책', 모럴 해저드 논란?
다만 이런 적극적인 빚 탕감 정책이 오히려 취약계층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 금융회사들이 정부의 입김으로 채무탕감에 억지로 동참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많다.
이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채무가 장기연체되고, 또 그중의 일부는 상환불능 상태가 되는 것은 일차적으로 채무자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또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면 돈을 빌려준 채권은행, 사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며 "도덕적 책무와 관계없이 이들의 제기를 도와서 경제활동에 복귀하게 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건전하게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무조정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모럴 해저드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엄정한 상환능력 심사를 통해 선별할 것"이라면서 "장기 소액채권은 이미 감가상각이 돼 소각한다고 해도 손해가 크지 않은 만큼 이번 기회에 금융사들도 좋은 일에 적극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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