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한발 늦은 '포스트 차이나'…인프라 투자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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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입력 2017-10-2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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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자본 이미 동남아 잠식…21세기 해상실크로드 기지로

  • 제조업 중심서 서비스업으로 다각화…관계 다변화 필요

 

동남아 시장은 오래전에 중국 자본이 잠식한 상태다. 라오스의 가장 높은 파이낸스 빌딩도 중국자본이 들어갔다. 워낙 규모가 큰 자본을 투자하다 보니 동남아 국가들로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중국의 거대자본에 잠식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하지만, 경제발전 측면에서 중국의 동남아 투자는 시장의 변화를 가져오는 동전의 양면성으로 받아들여진다.

중국 자본이 동남아 지역에 대거 유입되며, 시장진출을 타진하는 한국기업의 경우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일찌감치 ‘중국의 성공은 한국의 실패’라는 공식이 성립돼 동남아 시장도 이런 시각이 팽배해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동남아 무역 및 투자확대를 단순히 한국-동남아 관계에 대한 경쟁관점에서 보기보다 한‧중‧일과 동남아가 형성한 분업 구조의 심화와 시장 성숙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동남아까지 위협··· 진화하는 ‘일대일로’

지난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일대일로’ 구상을 제안한 이후 최근 중국의 동남아 진출전략은 이 틀에서 재편되고 있다. 중국은 동남아를 일대일로 구상의 한 축인 ‘21세기 해상실크로드’ 전략 거점으로 삼고 있다.

또 중국은 다자성격의 협의체를 만들어 동남아와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아세안 정상회의, 중‧아세안 엑스포 등이 대표적 다자협의체다.

지난해 11월 개최된 중‧아세안 정상회의에서는 중국과 아세안 정상들이 21세기 해상실크로드를 통해 상호 이익을 추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인프라 협력은 동남아 지역의 핵심 전략 중 하나다. 중국 남부 쿤밍에서 싱가포르까지 동남아 주요국을 연결하는 ‘범아시아 철도’가 중국의 대표적 전략사업으로 꼽힌다.

이 사업과 별개로 중국은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59억 달러 규모의 자카르타~반둥 간 150㎞ 고속철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중국 고속철도 일관수출의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일대일로 교통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교역규모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동남아의 대(對) 중국 무역액은 2000년 350억 달러에서 2015년 3953억 달러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남아의 대 세계 무역규모가 7959억 달러에서 2조3329억 달러로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빠르게 상승곡선을 탄 셈이다.

중국의 동남아 직접투자는 83억 달러로 2010년 35억 달러에 비해 2.4배 늘었다. 중국의 투자 비중은 2001년 3.8%에서 2011년 10%로 증가한 이후 6~8%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 전문가 “中, 경쟁관계보다 협력관계 중요”

중국 자본의 동남아 러시는 우리 입장에서 달갑지 않다. 최근 국제정세를 고려할 때 이전보다 대외여건이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진출환경에 대한 심화된 이해에 기반한 추진전략이 필요하다.

무작정 중국을 경쟁관계나 위험요소로 보기보다는 중국이 할 수 없는 부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오윤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동남아대양주팀 팀장은 “특수 기술을 보유한 한국기업의 경우 중국 주도 인프라 건설에 참여할 방법을 모색해볼 수 있다”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처럼 한‧중 정부 간 협력체계를 통해 한국기업이 참여하는 방안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런 협력방안보다 중국‧일본과 차별성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 생산기지 일변도의 제조업 중심 업종을 다각화하는 부분도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의 동남아 진출 확대는 한국에도 경쟁과 함께 시장확대라는 점에서 서비스업과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오 팀장은 “한국 기업은 기존 제조업 중심 그린필드형 단독투자 중심에서 동남아 현지기업에 대한 국경 간 인수·합병 확대와 같은 새로운 진출수단을 활용해야 한다”며 “특히 기존 제조업 중심 투자에서 서비스업으로 분야를 넓히려면, 인수·합병과 지분투자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조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역설적으로 향후 관계 다변화 과정에서 한국이 진출확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미얀마, 캄보디아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제관계 다변화가 주어진다면 투자분야에서도 한국과 협력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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