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서 세계무대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듯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 대한 외신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이번 당대회 취재를 신청한 외신기자는 1800여 명에 이르렀고 주요 외신들은 당대회 기간 중 시 주석의 연설 및 상무위원 인선 등을 소개하면서 중국의 대내외 정책변화 신호를 주시했다.
외신들은 시진핑 주석이 장기집권을 위한 토대를 다졌다는 점을 집중 조명했다. 뉴욕타임즈(NYT)는 당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시진핑 주석의 황제 대관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당대회에서는 시 주석의 이름을 딴 ‘시진핑 사상’이 중국 공산당의 최고 규칙에 해당하는 당헌 개정안에 지도이념으로 삽입됐으며 시 주석은 관례를 깨고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으면서 장기집권 체제로의 이행을 확인시켰다.
일본 NHK는 “시 주석의 이름을 딴 이념이 당헌에 포함된 것은 그간 지도자와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빠르다”라면서 "시 주석이 스스로 신뢰하는 인물을 등용하여 권력을 집중시켰다"고 분석했다. 또한 “시 주석에 대해 당원들은 한결같이 칭찬”했으며 “베이징 시내 공원에는 시 주석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는 합창단도 있었다“면서 현지의 시진핑 우상화 분위기를 전했다.
서방 매체들은 시 주석이 "황제"에 올랐다고 평가하면서 1인 지배체제에 경계의 목소리를 담았다. CNN은 “시 주석이 제도적인 뒷받침을 확보했다. 시 주석은 평생 황제의 지위를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윌리 람 홍콩중문대 교수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어 CNN은 “트럼프 취임 후 글로벌 리더십이 공백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중국은 세계적 사안에서 규칙을 정하는 슈퍼파워로의 등극을 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단서로 CNN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는 다른 나라에 새로운 선택이 될 수 있다” “그 누구도 중국이 이익에 반하는 것을 수용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와 같은 시 주석의 당대회 중 발언을 소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이 덩샤오핑이 확립한 격대지정(隔代指定)의 원칙을 깨고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은 것은 개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체제로 회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스턴대학의 조셉 퓨스미스 정치학과 교수는 "후계자 지명은 시 주석의 권력누수를 초래했을지도 모른다"면서 "시 주석은 스스로를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동급으로 여기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영국 BBC는 중국이 내부적으로는 경제 개혁과 반부패 캠페인, 반대파를 억압하는 권위적 지배체제를 계속하고 대외적으로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이어가면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북핵 위기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기대와 다르게 결정적인 조치를 취하는 데 주저할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창 전 칭화대 교수를 인용해 "공산당의 집단지도 체제는 이제 이름만 남았을뿐 현실에선 죽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의 경제와 사회가 발전하고 있지만 공산당의 운영 체제는 여전히 "무자비하고 위압적이고 비밀스러운" 구태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경제매체 CNBC는 시 주석이 경제·금융 개혁을 이어가겠지만 사회 불안정과 이익 상충의 위험을 감안할 때 획기적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연구원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세계의 기준에 스스로를 통합시키기보다는 중국을 기준으로 세계에 리더십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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