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13개 SRI 펀드에서 올해 들어 빠져나간 돈은 800억원을 넘어선다.
SRI 펀드는 지배구조 개선이나 사회공헌 여부까지 따져 편입종목을 정한다. 기관투자자가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도록 유도하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늘어나면 SRI 펀드는 다시 한 번 주목받을 수 있다.
그러나 SRI 펀드는 아직 대형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일반 주식형펀드와 이렇다 할 차이가 없다. 주식형펀드 환매 바람에 나란히 휩쓸리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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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SRI펀드 실적이 나쁜 것은 아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 타이거200 에너지화학증권상장지수펀드'는 올해 들어 수익률 29%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주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SK, 롯데케미칼, GS를 편입했다.
다른 상위 SRI 펀드가 담은 종목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포스코, SK텔레콤처럼 일반 주식형펀드가 선호하는 종목이 많았다.
결국 이름만 착한 펀드일 뿐 코스피200 안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종목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거래소는 '한국거래소(KRX) SRI지수'를 대체할 새 지수를 2015년 말 내놓았다.
기존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에 거래대금‧시가총액 기준을 두고 주가지수 가중치를 적용했기 때문에 시총 1조원 이상인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새 'KRX 리더스 ESG150지수'는 구성종목 수를 100∼150개로 기존 SRI지수(30∼70개)보다 늘렸다. 개별종목 시총이 아닌 ESG 평가점수를 가중 산출해 중소형주도 편입할 수 있게 개선했다.
다만 아직 도입한 지 2년 미만이라 새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 펀드가 거의 없다.
사회책임투자에 돈을 끌어오려면 자산군이 다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주식 외에 채권이나 인프라에도 투자한다면 충분히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뿐 아니라 상장법인도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는 "업계에서는 포트폴리오에 담을 게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며 "기업도 ESG에 기반을 둔 책임의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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