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 정기국회의 '하이라이트'는 국정감사다.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 300명이 매년 20일간 펼치는 ‘별들의 향연장’이다. 초선 의원에게는 일약 스타로 떠오를 수 있는 ‘로망의 상징’, 중진 의원에게는 그간 갉고 닦은 내공을 선보일 수 있는 ‘관록의 장’이다. 인지도 등의 차이는 있지만, 실력으로 맞붙을 수 있는 정치판의 ‘슈퍼스타 K’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국감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국감도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지적이 많지만, 어김없이 흙 속의 숨은 진주는 있었다. <편집자 주>
◆‘중국통’ 박병석 국감 내공파···9년 연속 우수의원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치·외교·안보 분야에서 선(先) 순위로 거론되는 국감 스타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박병석(5선·대전 서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여의도의 대표적인 ‘중국통’인 박 의원은 지난해까지 9년 연속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이 선정한 국감 우수의원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수상으로 최다 수상 기록도 14회로 늘렸다. 다선 기록과 특유의 성실함 없이는 불가능한 기록이다.
박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도 관록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주중 한국 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통위 국감에서 노영민 주중 한국 대사로부터 ‘한·중 양국 정상회담 연내 성사’ 발언을 이끌어냈다.
노 대사는 한·중 정상회담 개최 시기를 묻는 박 의원 질의에 “올해 안에 반드시 성사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회담은 다음 달 초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에서 성사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박 의원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해법을 비롯해 전술핵 재배치, 한·일 위안부 합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전 남북대화 추진 등에서 국회의 외교력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5선인 박 의원은 20대 국회 후반기의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다.
◆국감장에 깜짝 몰카 설치···정운천 합리적 대안제시
초·재선 의원의 분투도 돋보였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진선미(재선·서울 강동갑), 김영호(초선·서울 서대문을) 의원이 대표적이다.
진 의원은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열린 국회 안행위 국감에서 몰래카메라(몰카)를 설치한 뒤 현장에 있는 대형 화면에 이철성 경찰청장을 실시간으로 찍은 영상을 띄웠다.
진 의원은 “청장님, 몰카 어디에 있는지 아시겠느냐”라고 물었다. 진 의원 측은 국감 시작 2시간 전 유재중 행정안전위원장 앞 탁상시계에 몰카를 설치했지만, 이 청장을 비롯해 이를 인지한 이는 없었다. 음란물 유통 사이트 ‘소라넷’ 서버 폐쇄에 앞장선 진 의원은 몰카 구입 등록 및 신고 의무화 법안을 조만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장관, 이게 무엇인지 아나요” 김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행안위의 행정안전부 국감에서 ‘생존 가방’을 들고 나오면서 북핵 위기가 실생활에 어떤 파급효과를 미쳤는지 알렸다. 김 의원도 박병석 의원 등과 함께 여의도의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통한다.
이 밖에도 영원한 ‘농업의 파수꾼’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운천(초선·전북 고창) 바른정당 의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서 날카로운 지적과 함께 대안을 제시했다. 여권의 적폐청산 ‘방패막이’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주광덕(재선·경기 남양주 병) 자유한국당 의원과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폭로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최경환(초선·광주 북구을) 국민의당 의원도 호평을 받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