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한 고위 관리가 서구 언론 인터뷰를 통해 태평양 수소탄 시험 가능성 등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지를 '말 그대로(literally)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추가 도발을 예고함으로써 미국 측의 강경한 대북 발언에 항의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CNN의 2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의 리용필 부소장은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은 항상 말을 행동으로 옮겼다"며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지난달 발언을 묵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유엔총회 참석차 지난달 미국 뉴욕을 방문했던 당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고려하고 있다는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은 아마 태평양 상에서의 수소탄 시험이 아니겠냐고 생각한다"고 언급했었다.
리 부소장은 또 "미국은 '군사옵션'을 언급하면서 군사행동을 실행하는 동시에 각종 제재를 통해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며 "이런 행동이 외교로 이끌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내달 첫 아시아 순방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 '북한 파괴' 등 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행정부 안팎에서는 대북 관계를 대화 등의 외교 채널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점을 빗대 '대화는 없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북핵 위협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미국이 동맹간 군사 훈련을 전개하는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한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보도를 통해 "북한 측은 미국의 군사 훈련을 두고 '핵전쟁을 준비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한반도에 배치하고 미국 전략무기 B-1B '랜서' 폭격기를 전개하는 등 대북 군사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리 부소장이 언급한 '태평양'은 대북 군사 작전에서 예민한 지역이다. 미군 전력의 심폐 역할을 하는 미국령 괌이 위치해 있어 지속적으로 북한의 타격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CNN은 "지난 9월 일본 상공을 넘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북한의 지속적인 핵 개발 위협이 태평양에 있는 이웃 국가들의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은 "북한이 보유한 핵 미사일 개발 능력은 절정에 달한 상태"라며 "몇 달 안에 미국을 타격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인 마큼 미국 정부는 '마지막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미국 내에 북한의 핵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형성되고 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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