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채비’(감독 조영준·제작 ㈜26컴퍼니·제공 배급 오퍼스픽쳐스)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첫 공개된 영화는 30년 내공의 프로 사고뭉치 ‘인규’(김성균 분)를 24시간 케어하는 프로 잔소리꾼 엄마 ‘애순’(고두심 분)씨가 이별의 순간을 앞두고 홀로 남을 아들을 위해 특별한 체크 리스트를 채워가는 과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다.
조영준 감독은 데뷔작 ‘채비’에 관해 “4~5년 전, TV에서 다큐멘터리를 봤다. 50살 지적 장애가 있는 아들을 키우는 80세 노모에 대한 이야기였다. 거기에서 어머니가 아들에게 영상 편지를 남기는데 ‘하루하루 행복하고, 심심한 적 없이 재밌었다’고 하더라. 엄마의 눈빛에서 희망, 긍정의 눈빛을 보고 ‘모자(母子)의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탄탄한 캐스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유선의 덕이 컸다고. 유선은 “제가 대본을 가장 먼저 받아봤다. 엄마, 동생 역은 누가 어울릴까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번뜩 고두심 선생님이 떠오르더라. 당시 드라마 ‘우리 갑순이’를 하고 있기도 했고, 카메라 밖에서도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유일한 분이셨다. 이런 분이 ‘채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었다. 끈질긴 구애 끝에 읽어주셨고 보자마자 마음이 동하셨지만 선뜻 결정을 못 내리시더라. 그런데 김성균 씨 출연 소식에 같이 출연을 결정해주셨다. 두 번째 인연으로 마주하게 되어 행복했고 진짜 가족이 된 기분이었다”고 거들었다.
극 중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 인규를 연기한 김성균은 “지적장애를 연기하는 것에 고민이 많았다. 실제 지적장애를 앓고 계신 분들께 누가 될까봐 서였다. 영화적으로 재밌게 표현해야하는 장면들도 있어서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사고뭉치 아들을 돌보는 엄마 애순 역의 고두심은 “또 어머니 역할이지만 같은 어머니라도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지 않나. 아픔이 있는 자식을 가진 어머니로 그 속도 말이 아니었을 거다. 그것에 대해 (연기적으로) 많이 신경을 쓰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엄마와 아들의 호흡은 어땠을까? 고두심은 “김성균을 만나기 전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봤다. 대학생부터 아버지 역할까지 다양하게 소화하더라. 언젠가 저 배우와 호흡을 맞춰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아들이 김성균이라 흔쾌히 시작했는데 연기를 해보니 예전부터 호흡을 맞춰본 느낌이 들었다. 감독님 이하 가족 같은 분위기라서 편안하고 즐거웠다”고 전했다.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과 엄마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영화 ‘채비’는 흥행작인 ‘말아톤’, ‘맨발의 기봉이’와 비교를 피할 수 없었다.
김성균은 “두 작품을 좋아하지만 되도록 ‘채비’를 찍으면서는 ‘말아톤’과 ‘맨발의 기봉이’를 보지 않으려고 했다. 조승우 형이나 신현준 선배도 연기의 시작점은 다큐멘터리일 것 같더라. 두 영화를 신경 쓰지 말자고 생각하고 다큐멘터리나 아이들의 모습을 참고했다. 아이 같은 순수한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남다른 모자(母子) 간의 사랑에 첫째 딸의 설움이 폭발하기도 했다. 극 중 애순의 첫째 딸 문경 역을 맡은 유선은 장례식 신에서 감정이 폭발한 것에 관해 “감독님과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문경이 장례식에서 많이 울 것 같다고. 엄마의 사랑을 많이 못 받았다는 설움과 엄마에게 못되게 굴었다는 마음에서였을 거다. 딸로서 그런 관계에 한이 있을 거라고 해석했다”며, 눈물을 보였다.
가슴 따듯하고 뭉클한 가을을 닮은 이야기. 영화 ‘채비’는 오는 11월 9일 개봉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