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첫 청와대 대변인인 박수현 대변인은 청와대의 '얼굴'이자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하는 주요 참모다.
문재인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그림자 수행을 하면서 대통령의 말과 행동에 담긴 의중을 파악해 브리핑 자료를 만들고 기자들 앞에 선다. 브리핑 후 즉석에서 이뤄지는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백브리핑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긴박하게 이뤄진다. 대변인의 순발력, 정치력이 가장 요구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 과정에서 자칫 전달해야 할 메시지가 왜곡되거나 핵심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5시, 그는 어김 없이 기자들과 통화하면서 대변인실로 들어선다고 한다. 잠든 새벽 시간이든 삼시세끼 식사 시간이든 쉴 새 없이 울려대는 기자들의 전화에 시달리면서도 그의 목소리는 늘 공손하고 상냥하며 친절하다. 기자들의 전화는 국민 질문이라 생각하고 항상 응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하루 2~3차례 브리핑은 다반사일 정도로 국민과 언론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힘겨운 대변인 생활을 버티는 무기이자 힘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끈기와 성실이다. 19대 국회의원 4년 임기 내내 매일 지역구(충남 공주)와 여의도를 출퇴근해 연관검색어로 ‘고속버스’가 뜰 정도다. 그의 끈기와 열정을 문 대통령도 높이 샀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박 대변인은 탁월한 정무적 감각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충남 공주 출신인 박 대변인은 19대 국회의원과 충남도위원장을 지냈고, 19대국회 민주당 원내대변인과 대변인, 대표 비서실장을 거치며 여의도 '마당발'로 활약했다.
인간미 넘치는 온화하고 차분한 성품과 예의를 갖춘 소통 능력으로 여야 정치인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특히 계파에 치우치지 않은 정치력을 보여줬다는 평이 많다. 그런 그의 정치적 자산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숱한 고비마다 빛을 발했다. '김명수 인준안', '일자리 추경' 등 극심한 여야 대치로 문재인호(號)가 고비에 처할 때마다 국회 직접 방문이나 비공식 접촉으로 대야(對野)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박 대변인은 지난 5월 16일 임명 직후 소감으로 “좋은 대변인의 역할은 말을 잘 하는 것보다, 말을 잘 듣는 것이라고 여기겠다”며 “청와대 말만 일방적으로 전하는 게 아니라, 여야 모든 정당의 대변인 말을 국민의 말이라 여기고 꼼꼼히 경청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박 대변인이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충남도지사에 도전할 것이라는 얘기가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정설처럼 굳어지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내년 6월 충남지사 불출마 선언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인 박 대변인이 본격적인 당내 경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박 대변인은 최근 들어 부쩍 자신의 지역구인 공주·부여·청양을 오가고 있다.
얼마 전 모 인터넷 언론이 실시한 충남도지사 적합도 조사에서는 15%대의 지지율로 8~9%대에 그친 2위권 후보군을 따돌리고 존재감을 발휘하기도 했다.
박 대변인은 현재 출마설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오늘의 직분 즉 '내 일'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초대 ‘청가회’ 회장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청가회는 청와대 가톨릭 교우회로 가톨릭 신자인 청와대 직원들과 출입기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세례명 ‘안토니오’인 박 대변인은 자신의 지역구인 공주 황새바위 성지에서 회원들의 세례명과 성인성녀 그림이 담긴 묵주팔찌를 사와서 일일이 선물하는 정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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