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또다시 부동산대책(10·24)을 내놓았다. 6·19대책, 8·2대책, 9.5대책에 이어 벌써 네 번째다.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대책안을 내놓은 셈이다. 부동산 투기세력을 잡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번에 발표한 대책의 정확한 명칭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직접적인 부동산대책이라기보다는 금융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출규제 내용이 핵심을 이루고 있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동산대책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번 10·24 대책의 핵심은 규제를 통해 가파른 가계부채 증가세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8·2대책을 통해 투기지구의 LTV·DTI 40% 적용이 시행되었기 때문에, 해당 지역 투자자의 경우 이번 10·24 대책의 체감수준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2018년부터 신(新)DTI(Debt to Incom)와 DSR(Debt Service Ratio)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대출부담 증가가 전 국민으로 확산되는 셈이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내년부터 도입된다고 하는 신DTI는 뭐고 DSR은 뭘까? 먼저 신DTI부터 알아보자. 기존의 DTI와 신DTI의 가장 큰 차이점은 △원리금상환액의 범위는 확대(분자)하고 △소득인정 범위는 축소(분모)하겠다로 요약된다. 결론적으로 DTI의 강화를 의미한다. 한 예로 금융감독원이 올해 초 KB국민은행 신규대출자 6만6000명을 표본으로 신DTI 도입 시 누적효과를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대출신청자의 34%가량이 영향을 받고, 대출한도 또한 평균 4300만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고 한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DSR이라는 개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상환능력을 산정하는 대출의 범위가 담보대출+모든 대출(신용대출, 사업자대출 등)의 원리금상환액으로 확장되는 것이 특징이다. 쉽게 말해 DTI보다 강화된 대출기준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종합해보면 문재인 정부 내에서 자기자본 비중이 높지 않은 사람이 투기 목적으로 과도하게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내년 부동산시장을 전망하기에 앞서 18년 1월이 되면 맞이하게 될 몇 가지 팩트들부터 나열해보자. 제도적인 변화로 1)신DTI와 DSR도입, 2)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 3)다주택자 양도세 중과(4월) 정도가 있다. 이미 시행된 투기지구(투기과열지구 포함) 대출 규제도 이어진다.
환경적 변화로는 세계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세라는 커다란 변수가 남아 있다. 아직 우리 정부의 기준금리 인상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시장금리 상승은 이미 현실로 다가와 있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는 16년9월 2.8%에서 17년9월 기준 3.28%로 0.5%가량 상승했다. 금리상승은 대출상환부담 증가로 직결되는 만큼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지난 4차례 부동산대책을 통해 일관된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고 있는 만큼 올겨울 비수기부터는 본격적인 숨고르기 양상으로 전개될 확률이 크다. 특히 시장 변화에 민감한 강남 재건축 시장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맞물려 매수세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비수기, 제도적 악재, 금리 상승이라는 세 가지 효과가 시너지를 낸다면 혹여 부동산 시장의 심리적 위축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은 심리라는 말이 있듯 '대세 하락'이라는 인식이라도 퍼진다면 생각보다 긴 조정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어쨌든 당분간 부동산시장은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악재가 많은 내년 부동산시장인 만큼 올해 가을 이사철 내 집 마련에 실패했다면 시장상황을 살피며 관망세를 유지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한 준비는 철저히 해둘 필요가 있다. 꼼꼼한 자금계획이 없을 경우 대출이 나오지 않아 어려워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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