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회의에서 미국의 세탁기와 태양광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조사에 대해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과 호주, 베트남 등 여러 회원국 역시 이에 공감하며 미국의 통상제한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의 무역전문지 '인사이드 US 트레이드'에 따르면, 지난 23일 열린 WTO 세이프가드 이사회에서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사 관련 타당성 여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세이프가드는 급격한 수입증가로 국내 산업이 타격을 입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말한다.
WTO는 급격한 수입 증가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세이프가드를 허용하지만, 남발을 방지하기 위해 적용 조건과 범위 등을 제한하고 있다.
세이프가드 이사회는 회원국의 세이프가드 조치가 WTO 규정을 준수하는지 점검하는 정례회의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용환 산업부 통상협력심의관이 참석,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사가 WTO 규정에 맞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사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며, 세이프가드 조치는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세이프가드는 수입 제품과 직접 경쟁하는 제품에 피해를 줄 경우에만 허용된다며, 미국 기업이 생산하지 않는 세탁기 부품과 프리미엄 세탁기는 제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요 국가들도 미국의 세이프가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WTO 회원국이 과거에 거의 사용하지 않던 세이프가드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 미국은 2002년 이후 15년간 세이프가드를 발동하지 않았다.
특히 EU는 미국도 최근까지 세이프가드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며, 태양광 세이프가드는 공정한 거래를 통해 수입한 제품에도 부수적 피해를 줄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호주 역시 세이프가드가 무역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지적하고, 미국이 무역규제를 도입하는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도 태양광 세이프가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공장이 있는 베트남의 경우, 세이프가드는 국내 산업이 '예상치 못한 수입 급증'에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지 반덤핑 수단이 아니라며 월풀이 세이프가드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중국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세이프가드 추세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