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지는 관심보다 특정 사건으로 인해 단기간에 대중의 커다란 관심을 받을 때 ‘세간의 이목을 끌다’라는 말을 쓴다. 그런데 이런 순간의 큰 관심은 오래가지 못하고 금방 사그라지게 마련이다.
미국 건설시장도 이와 비슷하다. 트럼프 정부가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을 때, 미국 건설시장 진출에 대한 우리 정부 및 국내 건설기업의 관심은 대단히 높았다. 하지만 인프라 투자 계획의 구체성에 대한 안팎의 부정적 의견들이 많아지면서 최근에는 ‘세간의 이목’에서 멀어진 듯하다. 필자는 이러한 관심의 변화가 불편하다.
미국은 단일 건설시장으로는 세계 1위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민간과 공공 부문을 합해 약 1조2300억 달러에 이른다.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위축됐던 시장은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인프라 노후화에 따른 재건 수요가 높아 공공 부문에서의 투자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시장에서 국내 건설기업이 거둔 수주 실적은 현재까지 87억 달러, 연평균 2억4000만 달러에 그치고 있다. 중동이나 아시아에서 거둔 수주 실적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주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시장에 수주할 사업이 없어서가 아니다. 진출하기 쉽고 수주하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했던 중동·아시아 시장에 집중하는 한편, 미국은 우리가 갈 수 없는 시장이라고 쉽게 판단하고 외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건설시장에서 유럽, 호주, 캐나다, 일본 등 해외건설기업이 거두는 매출 비중은 2015년 기준으로 15.5%에 이르고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유럽 스칸스카사는 1971년 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지역의 소규모 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섬과 동시에 현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사업을 수행하는 전략으로 2016년에만 63억9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편 일본의 오바야시사는 1970년대에 지분투자를 통해 현지에 합작회사를 설립해 시장에 대한 지식 습득에 나섰다. 이후 지역 업체 인수를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등 현지화 노력을 통해 2001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스칸스카와 오바야시 모두 40년이 넘는 진출 역사를 갖는 기업으로, 그들의 전략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한마디로 ‘꾸준함’이다.
일부 시장과 상품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인해 기형적인 수주 구조를 가진 우리 국내건설기업들도 새로운 시장 발굴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결실은 미흡하기만 하다. 무엇 때문인지 자문해보면, 그건 시장이 어려워서라기보다 투자한 시간과 비용에 비해 가시적인 성과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조바심 때문이다. 하지만 1965년 초도 진출 이후 50년이 넘는 진출 역사는 우리에겐 조바심보다 인내와 꾸준함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꾸준함으로 해외건설시장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미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투자 계획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고 건설시장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계획된 투자들이 모두 취소되는 것도 아니다. 예전에도 시장은 존재했고 앞으로도 건설기업들을 필요로 할 것이다.
기업 문화, 제도 및 환경, 언어 장벽 등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진출할 수 없는 시장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국내건설기업이 해외건설시장에서 거둔 업적이 너무나도 대단하다. 순간 확 타오르는 관심을 넘어 진득하게 시장을 바라보고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장기적인 시각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라는 건설시장, 쉽지 않은 시장이지만 불가능한 시장도 아님을 우리 모두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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