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이건희 차명계좌, 과세 동의"…4조4000억원 과세 가능성↑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0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과세 논란에 대해 "사후에 객관적 증거에 의해 확인돼 금융기관이 차명계좌임을 알게 된 경우에는 차등과세 대상"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실명제에 대한 금융위의 이 같은 유권해석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동의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런 해석은 금융당국이 펴낸 실명제 편람 등에 이미 나와 있는 내용"이라며 "기존 금융위 입장을 재확인 하면서 차등과세 대상이 되는 차명계좌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유권해석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앞으로 삼성관련 차명 계좌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협의해서 인출과 해지, 전환 과정을 다시 점검하고 당시 검사를 받았던 금융회사들이 지적 사항들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도 전수조사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실명전환 및 과징금 징수 대상은 금융실명제 시행(1993년 8월 12일) 전 계좌가 개설된 금융자산이다. 실명제 시행 이후 계좌가 개설된 자산에는 실명전환 의무, 과징금 징수 규정이 없다.

금감원 조사 결과 2008년 특검이 검사를 요구한 1199개의 차명 계좌 중 2개는 중복계좌였고, 나머지 1197개 중 176개는 위법사실이 없는 계좌였다. 이 가운데(1021개) 1001개는 금융실명제 후 개설된 계좌로 실명전환 및 과징금 징수대상이 아니다. 문제가 된 실명제 시행 전 개설된 계좌 20개는 실명으로 개설됐거나 가명으로 개설된 후 실명전환 의무기간 내 이미 실명전환이 끝난 계좌다.

이번 논란은 박 의원이 "금융위가 '차명계좌도 실명계좌'라고 해석을 하는 바람에 이건희 회장 측이 차명계좌에 들어 있던 돈 4조4000억원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고 모두 찾아갔다"고 지적하면서 붉어졌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해 금융당국이 비실명계좌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 따라 세무당국이 4조4000억원에서 발생한 이자 및 배당소득의 최대 90%까지 세금이 추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