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주 찾는 지방의 한 호텔 건물에 여행사가 또 하나 들어섰다. 이로 인해 같은 호텔에 여행사만 세 곳이 밀집하게 됐다. 중심가와 인접해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많다.
일부 지역에 국한된 상황은 아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집계한 관광사업체 통계(올해 6월 말 기준)에 따르면 여행업 등록업체 수는 2만590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223곳이 늘었다. 지난 3월 말 2만254곳으로 사상 처음 2만곳을 돌파한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국내 및 국외여행업을 겸업하는 곳을 분류하지 않은 수치이기 때문에 실제 영업 중인 여행사가 이보다 20~30%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 증가세와 숫자는 여전히 적지 않다. 한 번뿐인 인생을 제대로 즐기려는 ‘욜로(You live only once)’족이 많아지고, 여가활동을 권장하는 사회분위기도 조성되면서 여행업계가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수요보다 공급(여행사)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이 같은 원인으로 업계에서는 진입장벽이 너무 낮다는 것을 꼽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자본금을 필요로 하는 일반여행업의 경우에도 자본금 1억원만 있으면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여행사를 차릴 수 있다.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여행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자본금 규제를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내년 6월까지 적용되는 한시적인 조치다.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여행사 수와 무관하지 않다.
‘여행사의 과잉’은 사드 등 문제로 가뜩이나 어려운 업계의 ‘제살깎기’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가격을 낮춰 소비자에게 득이 되면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떻게든 수익을 남겨야 하는 만큼 결국 여행상품의 질 하락으로 귀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여행사를 통해 국내외를 찾는 사람들의 수를 줄게 만들고, 다시 업계는 위축돼, 비용을 줄여야 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당장 여행업계의 이직률만 봐도 이 같은 현실은 자명하게 드러난다. 여행업계의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곳들도 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4~6년 정도로 알려졌다. 비슷한 규모의 국내 기업들은 7~10년가량 되는 것으로 조사된다. 이처럼 여행업계의 근속연수가 짧은 것은 연봉등 처우에 불만을 느끼는 직원들의 이직이 잦기 때문이다.
당장 규제를 강화해 여행사 숫자를 줄이자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최소한 정부는 업계와 문제인식을 같이하고 체계적인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 여행업의 성장을 외형적인 부분의 성장에서 찾지 말고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할 때라는 뜻이다.
가령 여행사로 등록할 때 일정 기간 유예를 두고,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기본적인 사항을 파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부 대형 여행사가 자신의 지위를 앞세워 중소업체들과 불공정한 거래를 하는 것도 바로잡아야 한다. 이 같은 조치들로 여행업계 생태계가 안정적이 될 때 질적 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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