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한국 내 방어용 무기인 사드 배치는 한·미군사협정에 따른 한국의 안보주권의 문제다. 당연히 중국이 개입해 논란을 삼아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한·미동맹의 약화를 바라는 국내외의 반미, 친북 세력들이 강하게 사드 배치를 반대함으로써 중국이 전략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사드 배치를 문제 삼는 중국의 자국 여행객 통제, 한국산 소비재 통관 지연, 중국에 진출한 우리기업을 향한 엄청난 보복에도 우리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이번 한·중관계 복원 발표문도 아쉬움을 남겼다. 발표문을 유심히 살펴보면 '3불(三不)', 즉,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에 참여하지 않는다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기 배치된 사드가 중국의 안보이익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중국에 '애걸'했다고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
우리 기업들은 사드 문제를 통해 순진한 마음으로 우호적으로 대했던 중국이 하루아침에 급변해 적대적인 관계에 놓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중국은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지 않는 나라다. 중국은 우리와 달리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경제적으로 뭐든지 할 수 있는 무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최근 적지 않은 우리기업들은 '포스트차이나(Post China)' 지역으로 베트남을 지목하고 직접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이제는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혹은 막연히 13억 인구의 중국 시장 규모에 현혹돼 중국으로 나가는 우리기업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기업은 사드 갈등 속에서도 기술이나 경쟁력으로 무장해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기업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제 중국은 단순 제조업이 아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 첨단산업, 의료업 및 의료서비스업, 서비스업, 금융업 등으로 재편돼야 한다. 중국의 지역적 특성에 맞는 투자 환경이나 계층적 소비층의 특색을 유심히 분석해 틈새를 공략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 이런 일은 중국에서 상당 기간 근무한 경험을 가진 중간관리자 및 중국 일류대학에 유학해 탄탄한 인맥과 실력을 갖춘 젊은이들에게 맡겨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줘야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을 가지고 있다. 사드 문제로 한·중 정부, 기업, 민간 사이에도 적지 않은 내상이 가해졌다. 전쟁이나 싸움은 힘의 균형이 이루어질 때 발생하지 않는다. 힘의 균형이 이뤄지면 평화 상태가 유지된다. 중국이 'G2(주요 2개국)'으로 부상한 이상 한국은 상대적으로 약자에 속한다. 우리의 운명을 타국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베트남은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지만, 중국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전쟁이 발생하면 전장으로 뛰어나갈 준비가 돼 있다. 그래서 중국은 베트남을 건드리지 않는다. 마땅히 우리도 배우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전 세계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우리는 지구촌이란 말이 실감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인류의 보편가치인 자유, 평화, 인권, 배려, 겸손은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중국은 군사 및 경제력 측면에서 이제 세계 2위의 하드파워(Hard Power)를 가진 나라가 됐다. 그러나 세계인들은 중국을 세계 2번째로 존경받는 나라로 여기지 않는다. 시진핑 주석의 말대로 중국이 매력과 '끌리는 힘'으로 요약되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가 강한 나라가 돼서, 세계로부터 존경받는 나라가 되기를 소망한다.
끝으로 한·중수교 25주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중국 내 친한파 중국인맥이나 우리 정부 내에 협상에 능통한 인재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통이 없다면 미국 유학파가 아닌 중국의 일류대학 유학파 중에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미래 한·중 관계를 걱정하는 전문가들이 말하는 '중국통 10만 양병설'은 허언이 아니다. 한국과 중국을 이해하는 엘리트가 많아지면 질수록 양국 관계는 더욱 좋아질 가능성이 많다. 한·중 관계 복원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초빙교수 조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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