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 차익에 대해 세금을 감면받는 비과세 혜택이 11년 만에 부활된다. 개인들이 돈을 모아 벤처기업에 자금을 대는 에인절투자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도 확대된다.
2일 정부가 발표한 '혁신창업생태계' 방안은 창업에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벤처 창업기업에 투자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회수 시장을 조성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가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국내 혁신창업 생태계 활력이 저하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에 불었던 벤처 붐이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극복하는데 기여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기술혁신형 창업기업 수 자체도 부족한 상황이다.
우선 정부는 벤처기업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스톡옵션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자기회사의 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2000년대 초 벤처 붐 당시 스톡옵션 비과세 혜택은 자금 여력이 부족한 벤처기업에 우수인재를 유치하는데 도움을 줬었다.
정부는 벤처기업 스톡옵션 행사이익에 대해 2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적용할 방침이다. 현재 스톡옵션 행사이익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양도차익의 최대 22%를 원천징수한다. 기업의 성장과실이 공유될 수 있도록 우리사주에 대한 세제지원도 확대한다. 현재 소득공제는 400만원 이내에서 이뤄지지만 창업 벤처기업에 한해서만 1500만원까지 공제 범위를 늘린다.
투자 접근성도 높인다. 정부는 에인절투자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창업투자조합에 적용되는 수준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공모 창업투자조합 투자 시 얻은 주식 양도차익은 비과세 적용을 받고, 출자금의 10%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게 된다.
제2의 벤처창업 붐을 조성하기 위해 사내벤처·분사창업기업도 육성한다. 분사 목적을 가진 사내창업팀을 예비벤처에 포함하고, 분사할 경우 창업으로 인정해 소득세·법인세를 5년간 50% 감면해 줄 방침이다. 벤처 기업에 민간 연구개발 지원 프로그램(TIPS) 방식을 적용한다. 민간 전문가가 투자대상을 선정하면 정부가 후속으로 연구개발(R&D) 자금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원기간은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지원금은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각각 확대한다.
투자 회수시장도 조성한다. 장외시장인 K-OTC 시장에 '전문가용 거래 플랫폼'을 신설한다. 비상장 회수시장에 숨통이 트일 수 있게 사실상 모든 중소·벤처기업의 비상장주식이 거래될 수 있도록 통일규격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거래기업은 공시의무와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면제받는다. 아울러 정부는 기술혁신형 인수합병(M&A)을 촉진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 등 제재와 직권조사를 강화, 기술탈취 행위를 근절할 방침이다.
혁신기업에 모험자본도 공급한다. 혁신모험펀드를 3년 간 10조원 규모로 조성하고 성장단계별 투자대상에 따라 모태펀드와 성장사다리펀드에 운영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정부는 △벤처투자 관련 제도를 일원화하기 위한 '벤처투자촉진법' 제정 △창업 후 7년 이상 된 기업에 대한 연대보증제 폐지 △아이디어만으로 창업할 수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 조성 등에 착수할 예정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험자본을 확충해 청년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재들이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실패 경험마저 우리 사회의 자산으로 축적되고 투자가 선순환되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정부의 이번 방안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용성 벤처캐피탈협회장은 "스톡옵션 비과세 혜택을 비롯해 그 동안 벤처기업에서 요구했던 내용들이 상당 부분 반영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자금 공급에 비해 벤처기업 수가 부족했는데 이번에 현실적인 방안이 담겨 벤처환경이 개선되는 좋은 시그널로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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