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묵직하고 예리하게"…정지우 감독X최민식 '침묵', 한계를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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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7-11-0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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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임태산(최민식 분)은 모든 걸 다 가진 남자다. 자수성가한 재벌로 부와 명예는 물론 아름다운 여인 유나(이하늬 분)의 사랑도 독차지하고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자신하던 찰나 약혼녀 유나가 살해당하고 용의자로 딸 미라(이수경 분)가 지목된다.

미라는 술에 취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모든 증거는 딸을 범인이라 가리킨다. 궁지에 몰린 임태산은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는다. 모든 것이 임태산의 계산대로 움직이는 가운데 그는 최고의 변호인단을 마다하고 젊은 변호사 희정(박신혜 분)을 선임한다.

미라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 동안 벌어진 사건에 대해 희정과 검사 동성식(박해준 분)이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사건의 키를 쥔 김동명(류준열 분)이 나타나며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영화 ‘침묵’(제작 용필름·배급 CJ엔터테인먼트)은 ‘해피엔드’와 ‘은교’, ‘4등’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정지우 감독의 신작이다. 중국영화 ‘침묵의 목격자’를 원작으로 정지우 감독 특유의 섬세하고 예리한 시선과 묵직한 드라마가 녹아있다.

‘침묵’은 정지우 감독의 장기가 매우 분명히 드러나 있는 영화다. 법정영화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그 내면에 임태산이라는 인물의 내면과 심리, 드라마를 잘게 쪼개어 심어두었다. 자칫 이야기·메시지의 포화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나 정 감독은 과잉 없이 담백한 화법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며 ‘침묵’이 주는 묵직한 울림에 힘을 보탠다. 법정 드라마로서도 그 안에 녹아있는 인물 간의 드라마로서도 훌륭하며 추리 과정 및 그 안에 깃든 메시지는 원작보다도 탄탄하고 설득력 있다.

농담 반 진담 반 “장르가 최민식”이라는 정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많은 부분을 최민식에게 기대고 있다. 최민식 역시 정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모든 사건의 중심인 임태산을 묵직하고 굳건하게 표현해냈다. 각 인물 간에 벌어지는 심리와 내면을 조밀하게 표현해낸 것도 새삼 놀랄 만한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최민식의 고군분투’처럼 보이는 건 아니다. 최민식이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그 주변으로 박신혜, 이하늬, 류준열, 박해준, 조한철, 이수경이 촘촘히 거미줄을 쳐 인물들의 치열한 싸움을 실감할 수 있게 한다. 기존 얼굴들을 지우고 완벽히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 점 역시 높게 평가할 부분이다.

‘침묵’은 다방면으로 즐길 거리가 있는 작품이다. 끊임없는 혼란과 퍼즐 조각을 맞춰가는 카타르시스는 법정 드라마로서 충분한 재미를 주고, 풍부한 드라마는 관객들의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영화가 더욱 특별한 것은 정 감독의 담백한 시선과 화법. 법정 드라마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드라마의 감정 과잉을 경계에 묵직하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2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25분, 관람 등급은 15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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