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 부동산 대책' 이후에는 한동안 잠잠했는데 오히려 최근 2~3주간 면적별로 고르게 호가가 1억원 가까이 올랐어요. 가계부채 대책이 오히려 매수세를 부추긴 느낌마저 듭니다." (압구정동 현대1차 인근 중개업소 대표)
정부가 지난 10월 24일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오히려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의 호가가 치솟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와 대출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산 계층의 '블루칩' 선호 현상 역시 더욱 짙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일 찾은 강남구 압구정동 현장에서 '현대1차' 일대 중개업자들은 출시되는 즉시 거래가 이뤄질 만큼 매매 물건이 희소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올 봄만해도 37억3000만원에 거래됐던 전용면적 196㎡의 경우 매도인들이 호가를 40억까지 높여서 물건을 내놓고 있다.
현대1차 인근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이후 일대 호가 오름세가 더욱 심화됐다. 부동산을 규제하려는 정부의 자세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투자자들도 더욱 늘면서 거래가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대기수요가 풍부하게 형성돼있어 물건이 나오는 대로 바로 팔린다. 지난 1주간 5건의 거래 의뢰가 있었는데 3건을 모두 시세보다 1억원 가까이 높은 가격에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인근 S중개업소 관계자도 "'현대2차' 전용 160㎡는 올 봄만 해도 20억원대 후반에 거래되는 물건들이 종종 있었으나 올 가을 들어서는 매도인들이 기본적으로 30억원을 책정해 내놓고 있다"며 "현대 아파트는 강남에서도 손꼽히는 중대형 고가 아파트다. 레버리지에 얽매이지 않는 자산가들이 많아 보유세 압박 정도면 모를까, 가계부채 대책으로 인한 타격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강남구 일대의 경우 현장 가격보다 보수적으로 책정되는 경향이 있는 시세 역시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치동 '은마' 시세는 지난주 대비 2000만~3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재건축 목표 층수가 최고 35층으로 낮아졌지만,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형성되며 시세가 올랐다.
또 같은 기간 재건축 조합 설립을 앞두고 있는 도곡동 '개포한신'의 경우 2000만~5000만원 가량 시세가 상승했고, 도곡동 '도곡렉슬'도 1500만~5000만원 정도 올랐다.
서초구 시세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반포동 '래미안 반포 퍼스티지', '반포 자이', '반포 힐스테이트' 등이 1주 만에 1500만~5000만원까지 상승했다. 일대 단지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구상 등의 호재가 섞이며 매도자들의 기대심리가 높아졌다.
또 방배동 '서리풀 e편한세상1차' 전용면적 164㎡의 경우 14억~16억5000만원 수준의 시세가 형성돼있지만, 실제로는 17억원까지 호가가 반영된 매물이 출시되고 있다.
인근 N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1개월간 일대 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호가가 크게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워낙 대형 아파트 매물이 귀한데다, 그간 상대적으로 중소형에 비해 가격이 오르지 않았던 점도 최근 호가 상승세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최근 강남 고가 아파트 상승세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가계부채 대책은 중서민 계층에게 큰 타격을 줄지언정 유동자금이 풍부한 자산가들에게는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며 "이들 수요층이 최종 타겟으로 삼을 수 있는 단지가 어디일지 생각해 보라. 또 다주택자들 역시 주택을 판다면 가장 미래가치가 높은 이들 아파트를 마지막에 남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권 학회장은 "오히려 대책으로 인해 강남권 아파트의 진입 장벽만 한층 더 높아졌다"며 "입성을 원하는 대기수요층은 많은데 단지의 희소성은 더욱 높아지니, 이를 구매할 수 있는 계층이 상대적인 이익을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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