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보다 못하냐" 사우디 여성들의 분노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은숙 기자
입력 2017-11-05 15:5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정부 휴머노이등드에 시민권…외국인과 결혼한 여성 자녀에게는 시민권 없어

[사진=CNBC 화면 캡처]

 
여성 로봇에게 시민권을 부여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조치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주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Sophia)는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 투자회의 행사에 대담자로 출연했으며, 이 자리에서 사우디 정부로부터 시민권을 받았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사우디 정부가 자국 여성을 로봇보다도 못하게 대접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소피아는 공식 석상에 머리카락을 가리는 히잡을 쓰지도 않고 나섰으며, 남자 보호자 없이 홀로 국제 행사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제 사우디 시민권을 받았으니 소피아도 히잡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 섞인 글들도 올라왔다. 
 
CNBC는 "사우디 여성들은 정부가 살아 있는 자신들과 달리 남자 보호자도 히잡도 없이 행사에 참여한 로봇에게 시민권을 부여했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에 본사를 둔 미국 로봇 업체 핸슨 로보틱스(Hanson Robotics)가 개발한 소피아는 여성의 외모와 목소리를 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인 소피아는 자연스러운 표정과 대화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소셜미디어 등 인터넷 공간에서는 '여자' 로봇인 소피아에게 주어진 사우디 시민권으로 인해 큰 논란이 빚어졌다. 특히 외국 남성과 결혼한 여성의 자녀에게는 시민권을 아예 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로봇에게는 시민권을 준 사우디 정부의 처사가 큰 비난을 받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레바논 남성과 결혼해 4살짜리 딸을 키우고 있는 사우디 여성인 하딜 셰이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내 딸은 가지고 있지 못한 시민권을 로봇은 획득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고 밝혔다. 
 
사우디뿐만 아니라 바레인, 쿠웨이트, 레바논, 요르단과 같은 중동 일부 국가들은 여성이 외국인과 결혼할 경우 그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

최근 사우디에서는 여성에게 처음으로 운전을 허용하고, 주요 도시의 대형 스포츠 경기장 3곳에 여성의 입장을 허용하는 등 여성인권 개선 조치를 잇따라 내놓았다. 그러나 여전히 사우디의 여성인권은 하위권 수준이며, 앞으로도 많은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