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대선 승리 1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중 최저로 떨어졌고 최대 국정과제로 띄우고 있는 세제개혁안도 연내 처리가 불투명하다. 러시아 스캔들은 꺼질 줄을 모르고 총기난사 사고까지 연이어 터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내적인 위기를 만회할 수 있도록 이번 순방에서 구체적인 외교성과를 얻으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의 무역과 북한 두 가지에 주안점을 두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아시아 순방에 나서기 전 “긴 여행이 시작된다. 무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할 것이다. 매우 성공적인 여행이 될 것이다”라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5개국 중 첫번째 방문지인 일본에서 대북 압박을 위한 끈끈한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무역 불균형에 대해서는 무척 공세적인 자세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오전 미일 경영자 간담회뿐 아니라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도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자유롭고 공정하고 상호 호혜적인 무역”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집요하게 매달렸다. 아울러 미국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일본이 미국산 무기를 더 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향해서도 불공정한 무역을 지적하면서 "미국이 조만간 무척 무척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부시 행정부 중국 담당 고문을 지낸 폴 해늘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층에게 자신이 중국에 다녀왔으며 미국 기업들을 위해서 많은 거래를 성사시키고 왔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순방 성과가 특히 중요한 것은 미국 내부에서의 위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선 승리 1년을 맞아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7%를 기록하면서 70여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37%, 반대한다는 응답이 59%로 순수 지지율은 -22%였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성과가 없다고 평가한 이들은 65%에 달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주요 정책 중 이뤄낸 것이 아무것도 없다. 취임 직후 국정과제 1호로 내세웠던 트럼프케어는 여야의 반발 속에서 좌초됐고 이후 최대 현안으로 부각된 세제개편안을 두고도 공화당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기간 동안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장녀 이방카 트럼프를 투입하는 등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5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조세회피처 자료가 공개되면서 다시 한 번 악재를 맞았다.
가디언에 따르면 5일 공개된 자료에는 콘 위원장, 므누신 장관이 조세회피처를 이용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제개편안은 기업들로 하여금 해외에 있던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정작 이를 추진하는 인사들이 세금회피를 위해 해외로 돈을 빼돌렸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세제개편의 명분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러시아 스캔들은 대선 직후부터 트럼프 대통의 정국운영을 계속 발목잡고 있다. 러시아의 작년 미국 대선개입을 조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지난달 말 작년 트럼프 대선캠프의 선대본부장을 비롯한 핵심인사 3인을 기소했다. 아울러 차기 기소 대상은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라고 미국 NBC방송은 보도했다. 특검 수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조이는 가운데 러시아 정부와 트럼프 선거캠프가 공모했다는 근거가 드러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론은 언제라도 활활 타오를 수 있다.
5일에는 총기난사 사건까지 터졌다. 50여명의 사망자를 낸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에 이어 이번에는 텍사스의 한 교회에서 비슷한 사고가 벌어져 26명이나 사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피해자 및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면서도 용의자는 정신이상자라고 표현하면서 총기규제 논의를 일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없는 사이 총기규제 논의는 들끓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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