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장단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그룹 내 계열사 CEO들의 거취도 임박했다. 금융권에서는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과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그리고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등 금융계열 3사 수장들이 최고경영자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 3사 중 가장 실적이 돋보이는 곳은 안민수 사장이 이끄는 삼성화재다. 지난 2014년 삼성화재 CEO에 선임된 이후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한 안 사장은 이변이 없는 한 현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안 사장의 취임 초기 삼성화재는 바깥에서 보기에 '정중동'의 행보를 보였다. 현대해상이나 KB손보 등 경쟁사들이 대주주 변경이나 자회사 흡수합병 등 대대적인 변화를 겪던 것과 달리 밖으로 드러난 변화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내부에서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변혁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임기 초부터 안 사장은 수익성 극대화를 골자로 한 '견실 경영'을 강조했다.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외형확대의 꿈을 버리지 못한 경쟁사와 달리 삼성화재는 시장점유율이 소폭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면서 손해율 개선과 그로 인한 수익성 확대에 주력했다.
그 결과 안 사장은 지난해와 올해 수익성 부문에서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삼성화재는 당기순이익 8606억원을 기록해 사상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올해도 누적 3분기(1~9월) 순이익 1조44억원을 올려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 번 사상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손보업계에서 처음으로 순이익 1조 클럽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만 본다면 흠잡을 곳이 없다. 하지만 최근 삼성그룹 인사 트렌드가 인적 쇄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 변수다. 지난주 인사를 단행한 삼성전자는 사장 승진자 7명 전원을 50대 인물로 채웠다. 안 사장은 60대(1956년생)로 그룹의 인사 방향과 다소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기찬 사장이 이끈 삼성카드도 계열사 전산 사고와 매각설 등 악재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성과를 냈다. 특히 신용카드 이용실적이라는 카드사 본원적인 수익기반에 집중해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원 사장의 취임 초인 2014년 4월 삼성SDS 과천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삼성카드 온라인 카드결제서비스를 며칠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카드사 개인정보 대량유출사건으로 소비자의 불신이 높아진 상황에서 전산 사고는 적지 않은 리스크였다.
2015년부터는 매각설에도 휩쓸렸다. 중국 안방보험이나 농협금융 등 구체적인 인수후보까지 거명됐다. 이에 원 대표가 직접 사내방송에 출연해 매각설은 사실 무근이라며 조직 추스르기를 진행해야했다.
여러 위기 속에서 원 사장은 카드 발급수와 이용실적 늘리기라는 본질적인 부문에 힘을 기울였다. 핵심은 '숫자카드' 마케팅 강화를 꼽을 수 있다. 마케팅 강화는 신용카드 이용실적 증가로 이어졌다. 삼성카드의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2013년 88조원에서 2014년 95조원, 2015년 102조원, 지난해 112조원으로 매년 10% 가까이 늘었다.
원 사장은 60년생으로 최근 삼성그룹의 인적 쇄신과도 어울리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 사장이 삼성전자에서 30년 동안 IT 산업 이해도를 축적해온 것도 호평의 요소다. 향후 카드업계는 IT 업체와 경쟁이 점차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김창수 사장이 이끄는 삼성생명은 지난해 다소 아쉬운 실적을 기록했다. 해외 M&A 등 신성장동력을 발굴하지 못한 상황에서 저금리 장기화의 여파로 수익성이 줄어든 탓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삼성생명의 금리 확정형 부채(60조원)의 절반 이상인 33조원이 연 7% 이상의 초고금리를 지급해야하는 보험계약이다. 올해 6월 말 삼성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이 3.56%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다. 몇 년 전까지 한 수 아래로 여겼던 계열사 삼성화재와 보험업계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된 것도 달갑지 않다.
다만 삼성생명 사장직은 개별 회사의 실적보다는 그룹의 지배구조 비전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삼성생명이 금융계열사 지분 대다수와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핵심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이후에는 삼성생명 사장이 금융계열사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수장들은 임기 만료 이전에 교체된 적이 드물다"며 "김창수, 안민수, 원기찬 사장 모두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한 만큼 이변이 없다면 교체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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